팬픽/유루유리
[히마사쿠]피그말리온 효과-09
향유동화
2016. 1. 31. 01:57
*본 팬픽은 기존 캐릭터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모두 합장을 하고 차례로 일어났다. 음식을 하고 반찬을 정리하고 식탁을 치우는 일은 이제 히마와리의 일로 굳혀졌다. 나데시코와 하나코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동안 히마와리는 군말없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주인 대접 받는 기분도 꽤 좋지 않아?'
사쿠라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갑자기 그 말이 떠오를게 뭐람.
"히마와리, 화 안나?"
사쿠라코가 불쑥 물었다. 히마와리는 사쿠라코 쪽을 잠깐 돌아보다가 다시 일에 몰두했다.
"화 안납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하지만... 쟤네 봐, 하는거 없이 다 너한테 떠맡기잖아."
말을 하면서도 가슴이 뜨끔 쑤셨다. 사실 떠맞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쿠라코 본인도 해당이 되는 부분이다. 히마와리가 온갖 가사 일을 도맡아도 제대로 도와준 적은 한번도 없으니까. 말 꼬리 잡고 늘어지면 어떡하지, 괜히 꺼낸 말 같다.
"저를 탄생시켜준 사람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일은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를때부터 알아봤지만 히마와리는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이 사쿠라코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만난 사람, 여기까지 이끌어준 사람, 계속 곁에 있어주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사쿠라코였다.
"의무감 때문이라면 너무 애쓰지 마. 난 그냥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주인이랑 하인의 관계는 싫어."
"그런 명령을 집어넣은건 사쿠라코예요. 저는 괜찮아요."
그런 명령을 집어넣은건 니시가키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히마와리를 만들었는지 모를 양반이다. 이렇게 주인을 떠받들게 만들어서 대접받고 살려고 그랬을까?
너를 만든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야, 라고 말해줄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사쿠라코는 입을 꽉 다물었다. 왠지 말하기가 싫다. 스스로 니시가키에게 히마와리를 돌려보내는 일 같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거야. 여기 있는 편이 훨씬 안전해.
"그럼 이제라도 그 명령 바꿀게. 이제 이런거 안해도 돼."
"편히 쉬세요. 여기서 지낼수 있게 해주는 모두를 위한 일이에요."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너무 곧이 곧대로 따르려는게 답답해서 결국 행동이 먼저 나가버렸다. 히마와리는 살포시 자신의 팔목을 잡아당기는 사쿠라코의 하얀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우린 친구니까."
"하지만 저는 사쿠라코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치도록 만들어졌어요. 그건 사쿠라코도 잘 알잖아요."
"아니야. 난 몰라."
히마와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쿠라코의 어깨가 천천히 위아래로 헐떡인다.
"이제부터 혼자 하지 마.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나데시코한테 따져. 나도 집안일은 다 도울테니까, 혼자 잘난척 하지 말라고!"
"잘난척이라뇨... 저는 사쿠라코가..."
"넌 그냥 내가 하라는대로...!"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사쿠라코의 목이 꿈틀댔다.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명령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명령을 내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이제 그만... 친구 하자. 응? 난 너한테 명령하기 싫어..."
사쿠라코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원래 이런건 당하는 사람이 치고 나와야 하는 일인데 오히려 명령을 하던 사람이 이제 그만하자고 눈물짓고 있다니.
히마와리의 차가운 손이 사쿠라코의 뺨에 닿았다. 사쿠라코가 고개를 다급히 돌려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중학생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툭 하면 눈물이다. 창피하게.
"사쿠라코가 그렇게 말한다면 따를게요."
"......"
"하지만 사쿠라코가 제 머릿속에 입력해준 수많은 명령들 중에 딱 하나만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뭔데....?"
히마와리가 사쿠라코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어느새 눈물이 멈춘 사쿠라코가 보다 맑아진 눈으로 히마와리를 올려다보았다.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 사쿠라코가 위험하다면 히마와리가 지킵니다."
"불 끈다?"
소등. 하루가 지나갔다. 바닥에 정자세로 누운 히마와리가 침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히마와리는 해바라기라는 뜻이죠?"
"응... 아마도."
사쿠라코도 몸을 돌려 누웠다.
"니시가키는 무슨 뜻이에요?"
"...어, 어?!"
무심코 나데시코와 하나코 앞에서 니시가키 히마와리라고 했던게 떠올랐다. 히마와리를 만든 사람이 니시가키라는걸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지만 히마와리는 니시가키가 누군지 모르는게 당연하다.
"어... 그게.... 그냥 별 생각 없이 지어서 말이야. 그땐, 그땐 나데시코랑 하나코가 성이 뭐냐고 밀어붙여서 나도 모르게..."
"그렇군요."
여전히 실망하고 있을까. 아직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히마와리의 표정을 볼수가 없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사쿠라코가 멀어진 기분이었어요."
"멀어져?"
"손에 안잡힐 듯이 너무 멀리 있는것 같았어요."
어렵다. 니시가키는 웬 쓸데없는 감성을 넣어서 알아듣기 불편하게 만드는지. 사쿠라코가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
"하, 하지만 오오무로 히마와리라니 너무 이상하잖아."
"이상해요?"
"같은 성은 가족끼리 하는거라고. 부부라던가..."
사쿠라코의 목소리가 콩알만해졌다. 히마와리가 픽 웃는 소리가 들린다.
"왜 웃어!"
"저는 오오무로 히마와리가 좋아요."
"아니, 그러니까...."
친구 하자고 했더니 바로 공격해오다니. 오오무로 히마와리라니, 소름이 돋는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그러던가. 마음대로 해."
"정말요?"
"그래, 오오무로 히마와리."
히마와리가 한번 더 웃었다. 사쿠라코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베개 끝만 만지작거렸다.
"우리 가문에 먹칠하는 일 하지 마."
"염려 마세요."
이젠 정말 자야겠다. 피곤이 몰려오니 눈꺼풀이 조금씩 내려간다. 사쿠라코가 크게 하품을 했다.
"이제 좀 잡히는 기분이에요."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자자."
히마와리 쪽을 지긋이 바라보니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가면서 히마와리의 실루엣이 보인다. 조금 더 익숙해지니 작은 빛 두개가 이쪽을 향하고 있다. 사쿠라코가 흠칫 놀라면서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쳐다보지 말고 자!"
"네~"
정말 자려고 눈을 질끈 감으니 방금 전까지 보고있던 히마와리 얼굴이 어둠 속이 희미하게 새겨졌다. 히마와리는 웃고 있었다. 니시가키를 떨친 히마와리는 웃고 있었다.
"...바보같은 히마와리."
-이어서
"잘 먹었습니다~"
모두 합장을 하고 차례로 일어났다. 음식을 하고 반찬을 정리하고 식탁을 치우는 일은 이제 히마와리의 일로 굳혀졌다. 나데시코와 하나코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동안 히마와리는 군말없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주인 대접 받는 기분도 꽤 좋지 않아?'
사쿠라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갑자기 그 말이 떠오를게 뭐람.
"히마와리, 화 안나?"
사쿠라코가 불쑥 물었다. 히마와리는 사쿠라코 쪽을 잠깐 돌아보다가 다시 일에 몰두했다.
"화 안납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하지만... 쟤네 봐, 하는거 없이 다 너한테 떠맡기잖아."
말을 하면서도 가슴이 뜨끔 쑤셨다. 사실 떠맞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쿠라코 본인도 해당이 되는 부분이다. 히마와리가 온갖 가사 일을 도맡아도 제대로 도와준 적은 한번도 없으니까. 말 꼬리 잡고 늘어지면 어떡하지, 괜히 꺼낸 말 같다.
"저를 탄생시켜준 사람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일은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를때부터 알아봤지만 히마와리는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이 사쿠라코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만난 사람, 여기까지 이끌어준 사람, 계속 곁에 있어주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사쿠라코였다.
"의무감 때문이라면 너무 애쓰지 마. 난 그냥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주인이랑 하인의 관계는 싫어."
"그런 명령을 집어넣은건 사쿠라코예요. 저는 괜찮아요."
그런 명령을 집어넣은건 니시가키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히마와리를 만들었는지 모를 양반이다. 이렇게 주인을 떠받들게 만들어서 대접받고 살려고 그랬을까?
너를 만든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야, 라고 말해줄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사쿠라코는 입을 꽉 다물었다. 왠지 말하기가 싫다. 스스로 니시가키에게 히마와리를 돌려보내는 일 같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거야. 여기 있는 편이 훨씬 안전해.
"그럼 이제라도 그 명령 바꿀게. 이제 이런거 안해도 돼."
"편히 쉬세요. 여기서 지낼수 있게 해주는 모두를 위한 일이에요."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너무 곧이 곧대로 따르려는게 답답해서 결국 행동이 먼저 나가버렸다. 히마와리는 살포시 자신의 팔목을 잡아당기는 사쿠라코의 하얀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우린 친구니까."
"하지만 저는 사쿠라코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치도록 만들어졌어요. 그건 사쿠라코도 잘 알잖아요."
"아니야. 난 몰라."
히마와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쿠라코의 어깨가 천천히 위아래로 헐떡인다.
"이제부터 혼자 하지 마.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나데시코한테 따져. 나도 집안일은 다 도울테니까, 혼자 잘난척 하지 말라고!"
"잘난척이라뇨... 저는 사쿠라코가..."
"넌 그냥 내가 하라는대로...!"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사쿠라코의 목이 꿈틀댔다.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명령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명령을 내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이제 그만... 친구 하자. 응? 난 너한테 명령하기 싫어..."
사쿠라코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원래 이런건 당하는 사람이 치고 나와야 하는 일인데 오히려 명령을 하던 사람이 이제 그만하자고 눈물짓고 있다니.
히마와리의 차가운 손이 사쿠라코의 뺨에 닿았다. 사쿠라코가 고개를 다급히 돌려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중학생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툭 하면 눈물이다. 창피하게.
"사쿠라코가 그렇게 말한다면 따를게요."
"......"
"하지만 사쿠라코가 제 머릿속에 입력해준 수많은 명령들 중에 딱 하나만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뭔데....?"
히마와리가 사쿠라코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어느새 눈물이 멈춘 사쿠라코가 보다 맑아진 눈으로 히마와리를 올려다보았다.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 사쿠라코가 위험하다면 히마와리가 지킵니다."
"불 끈다?"
소등. 하루가 지나갔다. 바닥에 정자세로 누운 히마와리가 침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히마와리는 해바라기라는 뜻이죠?"
"응... 아마도."
사쿠라코도 몸을 돌려 누웠다.
"니시가키는 무슨 뜻이에요?"
"...어, 어?!"
무심코 나데시코와 하나코 앞에서 니시가키 히마와리라고 했던게 떠올랐다. 히마와리를 만든 사람이 니시가키라는걸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지만 히마와리는 니시가키가 누군지 모르는게 당연하다.
"어... 그게.... 그냥 별 생각 없이 지어서 말이야. 그땐, 그땐 나데시코랑 하나코가 성이 뭐냐고 밀어붙여서 나도 모르게..."
"그렇군요."
여전히 실망하고 있을까. 아직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히마와리의 표정을 볼수가 없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사쿠라코가 멀어진 기분이었어요."
"멀어져?"
"손에 안잡힐 듯이 너무 멀리 있는것 같았어요."
어렵다. 니시가키는 웬 쓸데없는 감성을 넣어서 알아듣기 불편하게 만드는지. 사쿠라코가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
"하, 하지만 오오무로 히마와리라니 너무 이상하잖아."
"이상해요?"
"같은 성은 가족끼리 하는거라고. 부부라던가..."
사쿠라코의 목소리가 콩알만해졌다. 히마와리가 픽 웃는 소리가 들린다.
"왜 웃어!"
"저는 오오무로 히마와리가 좋아요."
"아니, 그러니까...."
친구 하자고 했더니 바로 공격해오다니. 오오무로 히마와리라니, 소름이 돋는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그러던가. 마음대로 해."
"정말요?"
"그래, 오오무로 히마와리."
히마와리가 한번 더 웃었다. 사쿠라코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베개 끝만 만지작거렸다.
"우리 가문에 먹칠하는 일 하지 마."
"염려 마세요."
이젠 정말 자야겠다. 피곤이 몰려오니 눈꺼풀이 조금씩 내려간다. 사쿠라코가 크게 하품을 했다.
"이제 좀 잡히는 기분이에요."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자자."
히마와리 쪽을 지긋이 바라보니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가면서 히마와리의 실루엣이 보인다. 조금 더 익숙해지니 작은 빛 두개가 이쪽을 향하고 있다. 사쿠라코가 흠칫 놀라면서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쳐다보지 말고 자!"
"네~"
정말 자려고 눈을 질끈 감으니 방금 전까지 보고있던 히마와리 얼굴이 어둠 속이 희미하게 새겨졌다. 히마와리는 웃고 있었다. 니시가키를 떨친 히마와리는 웃고 있었다.
"...바보같은 히마와리."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