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마사쿠×란마 1/2] ※병맛주의 "오오무로가 vs 후루타니가"
※병맛 주의하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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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내 약혼자가 살고 있다고?"
가방 하나만 달랑 메고 집을 나왔다. 아버지가 갑자기 내 약혼자를 결정해주셨다. 그리하여 도착한 후루타니가(家). 과연 뼈대 있는 가문 답게 입구에서부터 풍채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나 오오무로가를 대표하는 사쿠라코께서 이 정도에 쫄 위인은 아니지! 당당하게 들어가주겠다!
"이리오너라!!"
그런데 그렇게 유명하다던 후루타니가에서는 장차 이 가문을 지배할 위인을 맞이하는데에 예의가 없다. 하다 못해 하인이라도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까칠까칠한 나무 대문을 손수 열고 들어가니 사람은 없고 썩어가는 나뭇잎들만 뒹굴고 있다.
"에헴!"
크게 헛기침을 해봐도 넙죽 나오는 이 하나 없다. 이거, 못 쓰겠구만? 쯧쯔.
집은 꽤 넓다. 다 둘러보려면 하루 종일 걸릴 듯 싶다. 지루하려던 찰나 반갑게도 체육관이 보인다. 잠시 들러서 몸 좀 풀어볼까?
...했는데.
"하---앗!! 흐압!"
웬 소녀가 이미 체육관 하나를 장악하고 있었다. 푸른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촌스러운 소녀였다. 그런데 기합소리와 무술 동작은 꽤나 위협적이다. 설마 후루타니가를 대표하는 인물인가?
곧 내 기척을 느꼈는지 흠칫 하면서 나를 경계한다.
"누구시죠?!"
"어, 어음, 나는 장차 이 가문을 지배하게 될 오오무로 사쿠라코님이시다!"
"...오오무로가?"
어리둥절해하면서 경계를 푼다. 아아, 괜히 쫄았... 아니, 이 오오무로 사쿠라코님이 쫄았을리가 없잖아!
"무, 무술 동작이 꽤나 봐줄만 하네! 네가 후루타니가의 장녀냐?"
"그렇습니다만...? 저희 가문을 지배하러 오셨다구요?"
"그렇다! 얼른 와서 넙죽 절을... 크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무언가가 내 배를 강타했다.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넘어졌는데, 어느새 그 촌스러운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가문을 위협하는 인물은 처단한다!"
그리고 손에 들리는것은, 카, 칼!!
"잠, 잠깐!! 농담이야 농담이야!!! 그 칼 치워!!"
"후후... 과연 후루타니가를 대표하는 인물 답군. 동작이 재빨랐어. 합격이다."
"뭘 잘난듯이 얘기하는건가요? 실컷 당해놓고선."
"당하다니! 널 테스트 해본거거든!!"
허리가 좀 뻐근하지만... 이 녀석 앞에서 기죽을수는 없다. 난 오오무로가의 사쿠라코야!
"당신같은 사람이 오오무로가의 사람이라구요? 믿기지가 않네요.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와서는.... 지나가던 거지는 아닌가요?"
"거 참 실례네! 지나가던 거지라니!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래도 되는거야?"
아무래도 화를 좀 내야겠다. 세게 나가야 사람 무서운 줄 알지.
"인성이 덜 된 것 같네. 이래서 누구한테 사랑이나 받겠어? 요즘같은 세상에 무식하게 사람 패면 큰일난다고. 보나마나 조만간 후루타니가의 대가 끊기겠구만."
"뭐라구요? 당신이야 말로 말이 심하네요!"
인정하지 못하고 버럭 화부터 내는 저 성격. 역시 인성이 덜 됐군.
그런데 그때 바깥에서 누군가가 뒷짐을 지며 걸어오는게 보였다.
"젊은 청춘 둘이서 팽팽하게 기싸움을 하고 있구만! 그래, 기싸움도 수련 중 하나이니라."
"....에.... 누구세요....?"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러자 앞에서 날 노려보고 있던 파란 머리의 촌스러운 소녀가 나를 쿡쿡 찌르면서 슬쩍 귀띔한다.
"제 사부님이세요. 토시노 쿄코라고, 굉장히 뛰어나신 무술가예요."
"오오! 토시노 쿄코 사부님!"
저 분이라면 분명 말이 통할 것이다. 얼른 이 가문이 내 손 안에 들어온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히마와리, 수련은 다 했느냐?"
"네, 사부님."
"토시토 쿄코 사부님, 오오무로가의 사쿠라코 인사 드립니다!"
넙죽 인사드렸는데 표정이 썩 밝지가 않으시다.
"내가 왜 니 사부냐...? 널 가르친 적이 없는데?"
"아... 저... 그게..."
"그것보다 오오무로가라고? 호오, 그렇다면 히마와리의 약혼자가 아니냐?"
순간 촌스러운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예?! 제가 왜 이런 인성이 덜 된 애랑!!”
"제가 드릴 말씀인데요! 어째서 이런 예의없고 거지같은 사람이랑?!"
"허허... 만화 전개상 어쩔수가 없느니. 받아들이거라."
젠장, 젠장, 인정할수 없어....!!
"그것보다 사쿠라코, 인성이 덜 됐다는 편견을 버리거라. 사실 히마와리는 그동안 인성 수업을 해왔거든. 너무 수련만 시켰더니 애가 밥을 먹을때 숟가락으로 차력쇼를 하질 않나..."
"사, 사부님, 그런 불필요한 말씀은....!"
푸헹, 그럼 그렇지 저런 무식한 애가. 히마와리가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그럼 그 수업 받은 결과물 좀 보고 싶은데요. 그래야 이 상황에 납득할수 있겠어요."
"제, 제가 왜 당신 앞에서!! 싫습니다!"
"역시 인성 쓰레기....”
"거 참 시끄럽네!"
어어, 주먹 올라간다. 실실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으니 이내 폭력성을 잠재우고 어금니를 깨문다. 재밌는걸?
"자, 어디 한번 해봐라! 엣헴."
"....어쩔수 없죠. 제가 그런 험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증명해보이겠어요."
히마와리가 깊게 한숨을 쉬더니 생긋 웃는다.
"어라, 사쿠라코 오셨나요? 무슨 일로?"
험악했던 얼굴이 싹 사라지고 온화한 표정이다. 안돼, 저런 얼굴에 넘어가면 안돼! 히마와리 맞은편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숙제 보여줘 히마와리!"
"나가 죽어!....가 아니라, 도와드릴테니 모르는 부분 물어봐주세요."
"방금 울컥했지?"
"안했습니다만?"
이마에 핏대가 보이지만 넘어가주지.
설정이었는데 가방에 웬 수학 공책이랑 연필이 들어있다. 뭐야 이 만화...? 무서워....
"음, 이거랑 이거 모르겠어."
"어디 한번 볼까요? 아 이건, 여기서 틀렸네요. 이렇게 하면 안돼요. 이렇게 해서..."
내 옆으로 은근슬쩍 다가와 앉아서 정말 상냥하게 알려준다. 방금 전까지 마구 주먹질하고 칼 들고 있던 애 맞아? 게다가 수련을 했다면 땀냄새가 나야 정상일텐데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난다.
"알겠나요?"
"음...음, 그래, 알았다고 치고! 나 배고파 히마와리!"
"알았다고 치는건 뭐예요... 하는수 없죠."
히마와리가 일어나더니 체육관 뒤쪽에서 보자기를 들고 왔다.
"제가 수련 끝나고 먹으려던건데 나눠드릴게요."
"오오!"
"참고로 수제랍니다."
쿠키다. 혹시 독이 들진 않았나 요리 조리 살펴보다가 고양이 눈을 뜨고 있는 히마와리 때문에 냉큼 입에 집어넣었다.
"음! 맛있는데?"
"저, 정말인가요?"
"진짜 맛있어! 의외로!"
"의외로라니..."
순식간에 내 몫을 다 해치워버렸다. 음식 솜씨는 뛰어나군.
"그렇게 먹어주다니 뿌듯하네요."
히마와리가 웃는다. 괜히 나도 뿌듯해졌다.
"자, 이만하면 됐죠? 저는 인성이 덜 된 사람이 아니예요."
"흥! 잘 모르겠는데. 이 정도 쿠키면 나도 배워서 할수 있을것 같고~ 공부 알려주는 것도 내가 더 똑똑하면 얼마든지 알려줄수 있을것 같고~"
"...뭐라고요?! 기껏 하라는대로 했더니!! 당장 여기서 나가요!”
히마와리가 벌떡 일어난다. 나도 질 수 없지.
"무슨 소릴! 난 여기를 지배할... 어.... 어라?"
앗, 무릎을 꿇고 오래 앉아있었더니 쥐가...!
"비, 비켜!!"
"저, 저리 가요!!!"
머릿속에서 한순간 번쩍, 별들이 반짝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히마와리가 두 팔로 내 얼굴을 힘껏 밀고 있었다.
"아, 살았네. 얼굴은 좀 아프지만.”
"....내려와주실래요...?"
히마와리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돌린다. 얼굴은 왜 빨개지는건데! 기분 나빠!
"일어날거거든요! 근데 아직 다리에 쥐가..."
"그러면 얼굴부터 치워요!! 변태야!"
"나도 이러고 싶지 않거든!"
"얼굴부터 치우라고!!”
"크억"
-fin.
터시너켜커를 잊은게 아닙니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