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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Bang Dream

[타에사야]나는 네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다.

  이기적이게 들리겠지만, 나는 네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다.

 

 

  오타에, 너는 우리가 공식적으로 밴드 활동을 그만두기로 한 날, 나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른 멤버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뒤에 빵이 먹고 싶다며 고집스럽게 나를 따라오던 네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많이 당황했다. 나는 한번도 너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너는 최고의 친구였고, 가끔 속을 알 수 없는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네 눈빛을 의심했다. 혹시 장난일까.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에 너는 나의 눈을 매우 투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대답이 두렵지도 않은지 아무런 표정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너는 담담했다.

 

  "그래서, 우리가 연인이 되었으면 좋겠어?"

 

  네가 담담했기 때문에 나도 담담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꽤나 낯이 뜨거울 말을 너에게 건냈다. 너는 그제서야 방긋 웃었다. 그러나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좋다고 했다. 나는 그런 너의 눈빛과 입술에서 가슴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싸늘해지다 못해 아려왔다.

  그리곤 상상했다. 너는 언제부터 내가 좋았을까. 다같이 나를 밴드에 합류시켰을 때였을까? 아니면 여러 경험을 하다가 마음을 느꼈을까? 그렇다면 왜 나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의 어디가 좋을까. 그리고 평소에 네가 나를 대했던 태도를 되돌아보았다. 너는 고백할 때의 표정만큼이나 담담하게 나를 대해왔다. 딱히 다른 친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가 왜 좋아?"

 

  또 묻자, 너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나는 네가 '사아야한테서 맛있는 빵 냄새가 나서 좋아' 따위의 장난스러운 말을 뱉을 줄 알았다.

 

  "너라서 좋아. 다른 이유는 없어."

 

  왜, 너는 왜, 하필 이럴 때 진지한 걸까. 아니, 너는 웃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 없었다. '사아야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라고 말할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아마 내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느꼈을 것이다. 숨이 막혔다. 목이 막혔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너는, 내가 좋아?"

 

  네가 물었다. 나는 갑갑해지면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한 가지, 네가 처음으로 안쓰러워보였다. 왠지 오타에라면 이런 마음을 철저하게 숨겼다가 집에서 한숨과 함께 터뜨렸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동안 수없이 숨을 삼켰을 너에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오타에가 좋아."

 

  너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네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연락하고 만났다. 다른 멤버들보다도 나는 네가 신경쓰였다. 연인이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루에 한 번 네가 뭘 하는지 궁금했고, 뭘 먹는지 궁금했고, 누구와 있는지 궁금했고, 수업은 잘 듣고 있는지 궁금했다. 너는 천연덕스러웠다. 항상 사진과 함께 너의 일상을 보내왔다. 지금 친구들과 노래방에 와 있고, 파스타를 먹고 있고, 수업은 재미없어! 그때 그때의 감정에 따라 사진에 담기는 너의 표정이 나는 즐거웠다.

  너와 나는 스킨십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주로 네 쪽에서 팔장을 껴오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연인끼리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영화나 책으로는 봐왔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혹시,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오타에. 너는 나랑... 뭘 하고 싶어?"

 

  간만에 너를 내 집에 초대해서, 내가 바보같이 물었다. 너는 내가 갖다준 빵을 먹다가 그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웃었다.

 

  "뭘 하고 싶다니? 사아야랑?"

  "그러니까... 손을 잡고 싶다거나... 그런 거 있잖아."

 

  너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내 손을 잡았다.

 

  "사아야가 하고 싶은 대로."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근데, 나는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굳이 뭘 해야 할까?"

 

  너는 빵을 참 맛있게 먹었다.

 

  "그냥 나는 지금 이 빵이 맛있고, 또 사아야가 좋아. 그 뿐이야."

 

  웃음이 났다. 너란 아이는 참 편하다. 나는 턱을 괴었다.

  나는 네가 이대로, 상처받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그 날의 너는, 유독 달아올라 있었다. 갑자기 신메뉴를 개발하려고 바쁜 우리집에 찾아왔다. 빵이 맛있고 또 내가 좋다던 너는 그 날따라 유독 다른 것에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너는 줄곧 말없이 나의 손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슬퍼보였다.

 

  "사아야. 어제 친구들과 영화를 봤어."

 

  나를 가만히 방에 앉혀놓고, 너는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너의 표정에 빨려들어갈 듯이 정신을 조금 놓았다. 너의 입에서 나올 말이 궁금했다.

 

  "내가 사아야와 하고 싶은 걸 찾았는데, 너도 그게 하고 싶을까?"

 

  아, 나는 단번에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차렸다. 아직 하얗게 밀가루가 묻어있는 내 손을, 너는 어느때보다도 꽉 쥐었다. 너는 또 투명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또 가슴 한켠이 쓰라려왔다. 그 고민을 너는 밤새도록 했겠지. 너무나도 착한 너는, 나를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네가 서두르지 않아서 고마웠다. 덕분에 나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너와 처음으로 입술이 맞닿았을 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네 손이 내 손을 깔끔하게 씻겨주었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았다.

 

  "빵 맛이 아니네."

 

  가까이에서 그렇게 속삭이는 너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너는 얼굴이 조금 경직되어 있었다. 천하의 오타에라도 이런 일에는 긴장을 하는 걸까. 나는 조금 웃었다. 그러자 너의 입가에도 곧 웃음이 번졌다. 나는 네 얼굴을 끌어당겨 내 품에 안았다.

 

  "사아야, 심장 튀어나올 것 같아."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응. 나 지금 심장 튀어나갈 것 같아."

 

  네가 내 품 안에서 꼼지락거렸다.

 

  "모른 척 해줄게."

  "고마워."

 

  너의 머리카락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나도 모르게 너에게 코를 박고 한참을 있었다. 나에게 좋은 향기가 난다던 너는, 나보다 몇 배는 더 좋은 향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네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다.

 

 

 

 

 

 

  너는, 모를 것이다. 단 한번도 나는 너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네가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는 말은 나의 이기심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지내, 오타에."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나의 방에서 너의 손을 잡고 말했다. 며칠 전부터 낌새는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점점 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너를 내 방으로 부르지도 않았다. 너를 끌어안지도 않았다. 나는 또 상상했다. 오타에는 그동안 어떤 기분이었을까. 너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아야가 원하는 대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지, 집에 돌아가서 침대 속에 웅크리고 우울해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네가 납득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서 여러 말을 준비해두었다. 우선, 나는 너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좋아해서는 안 되었다. 내가 너를 품은 이유가 나의 이기심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빵을 만드는 것도 잊고 방에 박혀서 내내 생각에 잠겼다. 너의 사랑스러운 손길에 취했던 나날들을 돌아보았다. 항상 그 끝은, 네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는 네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너의 고백을 받았고, 네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너와 팔장을 꼈고, 네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너와 키스했다. 나는 그래왔던 것이다.

 

  "사아야, 나를 사랑했어?"

 

  그런데, 너는 나의 준비가 무색하게 너무나도 덤덤하게 물었다. 너의 눈빛을 피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너를... 좋아했어."

 

  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사아야는 날 사랑했어."

 

  다리가 저려왔다.

 

  "우리, 비밀 있잖아. 사아야의 심장 소리."

 

  나는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나를 사랑한다는 걸 느꼈어. 그 날에."

  "오타에, 나는..."

  "하지만 그래도 잘 지내라고 말한다면, 잘 지낼게. 사아야를 위해서."

 

  네가 내 손을 더 꽉 쥐었다.

 

  "사아야, 나 좀 봐줘."

 

  힘겹게 고개를 들자, 나와 첫키스를 했을 때 보았던 긴장된 너의 표정이 보였다.

 

  "너는 내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구나."

 

  말을 하지 않았으니 모를 줄 알았다. 그런데 너는 단번에 정답을 맞췄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지둥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너는 내 얼굴을 잡아다 네 앞에 고정시켰다. 네 눈 안 가득 내 얼굴이 담겼다. 나는 물건을 훔치다가 들킨 초범처럼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시 만났을 때, 사아야가 내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 다시 만나자."

  ".....오타에."

  "그 때까지 잘 지낼게, 사아야."

 

  나는 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너는 조용히 눈을 감고 내 손길을 느끼는 듯 했다.

 

  "너도 잘 지내."

 

  그리고, 너는 천천히 일어나 내 방을 벗어났다.

 

 

 

 

 

 

  "있잖아, 사아야. 나는 사아야가 나 덕분에 행복했으면 좋겠어."

 

  언젠가 네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네 팔을 베고 함께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나 말고 다른 이유로는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네 쪽으로 돌아누웠다. 꿈나라에 가까워졌을 때, 네가 속삭였다.

 

  "그러니까 사아야도, 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탁자 위에 엎드렸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네가 앉아있다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을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네가 앉았던 자리를 쓰다듬었다.

  혹시라도 너는, 나의 우려와는 달리 상처받지 않았던 것일까. 너의 자리는 온기 하나 없이 깔끔했다. 너는, 모든 것을 가지고 내 방을 나섰던 것이다.

 

 

 

 

 

 

 

 

 

 

***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사아야가 다른 빵을 포장하면서 힘차게 외쳤다. 새로 개발한 빵이 인기를 얻으면서 매장이 조금 바빠졌다. 어느 정도 손님이 빠져나가자, 사아야의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대학도 졸업했는데 이제 하고 싶은 거 해. 계속 매장만 돌볼 수는 없잖아."

  "괜찮아요. 이것도 일의 일부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건 알아서 찾아볼게요."

 

  다른 큰 욕심 없이 사아야는 빵을 만들었다. 타에가 떠난 이후로 한동안 미련이 남을 것 같더니, 곧 사념이 사라졌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잘 하고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업 끝났나요?"

 

  종소리가 들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곧 영업이 끝나서..."

 

  사아야가 고개를 들다가 그대로 멈춰섰다. 손님이 커다란 썬글라스를 벗었다.

 

  "빵은 괜찮아요. 여기에 최고의 드러머가 있다고 들어서요."

 

  찰랑거리는 긴 머리에 천연덕스러운 표정. 사아야는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타에 아니니? 오랜만이네."

  "잘 계셨어요, 어머니?"

 

  사아야는 타에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사아야, 그동안 잘 지냈..."

 

  그리고는 타에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타에의 손을 잡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타에는 말없이 웃으면서 사아야의 손길에 이끌려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사아야가 타에의 손을 놓았다.

 

  "자, 잘 지냈어?"

 

  사아야가 애써 웃으면서 물었다.

 

  "사아야가 잘 지내라고 해서, 어찌 저찌 잘 지냈어."

  "...그래, 다행이네."

 

  사아야는 타에의 얼굴만 봐도 울렁거리는데, 타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는 사아야는... 잘 못 지낸 것 같은데."

 

  타에가 사아야의 표정을 이리저리 살폈다.

 

  "혹시, 내가 없어서..."

  "장난은 그만 해."

 

  사아야의 단호한 한마디에, 타에가 입을 다물었다. 사아야는 속으로 조금 웃었다. 다 지난 일인데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나도 오타에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대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사아야는 이 또한 자신의 이기심이 불러온 벌이라고 생각했다.

 

  "왜 찾아왔어?"

  "나 안 보고 싶었어?"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 지금 마감해야 해서."

 

  사아야는 마치 쫓기듯이 타에를 피하고 있었다. 타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잠시 생각하더니, 사아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팀의 드러머가 되어 줘."

 

  사아야가 눈을 크게 떴다.

 

  "....뭐? 언젯적 이야기를..."

  "우리 팀에 지금 드러머만 없거든. 혹시 지금 하고 싶은 일 있어?"

 

  당장에라도 있다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아야는 사념이 없는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을 리가 없었다.

 

  "없다면, 나랑 손 잡자."

  "...미안해."

 

  사아야는 그대로 타에를 내보내고 마무리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타에가 사아야의 손목을 잡았다.

 

  "그 때, 그 말 하려는 거 아니니까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

  "무슨 말?"

  "내 손을 다시 잡고 싶을 때 다시 시작하자는 말."

 

  욱신, 가슴 한켠이 쓰라려왔다.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넌 기억하고 있었네?"

  "잊고 있었다면 다행인데... 난 그냥 순수하게 사아야랑 함께하고 싶어. 그 뿐이야."

 

  사아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만 돌아가."

  "사아야..."

  "나 먼저 내려갈게."

 

  사아야는 타에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타에는 잠시 그대로 머물러있더니, 조용히 목소리를 흘렸다.

 

  "나,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어. 사아야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여서..."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힘찬 발걸음이 멈췄다.

 

  "너에게 고백을 할 때도, 손을 잡을 때도, 키스를 할 때도... 늘 불안했어. 사아야는 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사아야가 돌아섰다. 비로소 타에와 제대로 눈이 맞았다.

 

  "그런데 왜 헤어지자고 안했어?"

  "그건... 사아야가 날 생각해주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갑자기 사아야의 입이 무거워졌다.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타에가 말을 이었다.

 

  "사아야는 내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잖아. 그래서 노력했어.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려고."

  "...그래서, 행복했어?"

 

  타에가 웃었다.

 

  "나는 행복했어."

 

  사아야는 최대한 고개를 떨구지 않으려고 했으나, 결국 타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묻고 싶었어. 사아야도... 행복했는지. 나로 인해서 행복했는지."

 

  입술이 벌벌 떨렸다. 여기서 그만 하자고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커다란 죄라도 지은 마냥 사아야는 타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땠지? 행복했나? 이젠 그것조차 알 수가 없다.

  타에가 천천히 사아야에게 걸어왔다. 사아야는 쫓기듯이 입을 열었다.

 

  "난... 난 네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어."

  "응. 그리고 또?"

  "...그리고..."

 

  조금씩, 기억이 휘몰아쳤다. 빵 맛이 아니네. 사아야도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그 속삭임이 사아야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숨이 벅차왔다. 입을 막았다. 어느새 타에는 사아야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있었다. 사아야가 고개를 들었다. 타에는, 어떤 말이라도 들어줄 것처럼 사아야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저 눈동자 속에 모든 감정을 다 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버리면 나아지지 않을까.

 

  "나도 좋았어, 오타에."

 

  사아야는 그 눈동자 속에 있는 힘껏 감정을 던져 넣었다. 타에가 방긋 웃었다.

 

  "오타에라고 불러주니까 마음이 놓인다."

 

  사아야가 입술을 깨물었다.

 

  "왜... 왜 그렇게 떠났어?"

  "...응?"

  "내가 좋았다면서 왜 그렇게 가버렸어?"

 

  타에가 사아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아야가 좋았으니까."

 

  타에가 머물던 자리에 식어버린 온기. 사아야는 또 상상했다. 가는 길에 어쩌면 타에는 맥주를 사갔을지도 모른다. 홀로 술을 마시면서 다시는 야마부키 사아야를 생각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너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나와 마주하고 싶어?"

 

  그러나, 타에는 새삼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사아야가 좋으니까."

 

  사아야가 조금 웃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그래서, 나랑 다시 연인이 되고 싶어?"

 

  타에도 웃었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나랑 밴드 하자, 사아야."

 

  사아야의 손을 꼭 잡았다.

 

  "너와 함께 있고 싶어."

  "...정말, 너는...."

 

  사아야도 타에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네가 그런 표정으로 말하니까 내 입에서도 좋아한다는 말이 나가는 거잖아..."

  "그거야, 사아야도 날 좋아하니까."

 

  타에가 사아야를 끌어당겼다. 사아야는 새삼스럽게 타에의 품에 안겼다.

 

  "혹시, 아직도 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은..."

 

  사아야는 타에의 품에 얼굴을 깊숙히 묻었다.

 

  "지금은...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쓸데없는 걱정이고, 이기심이다. 사아야는 타에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상처받지 않는 것보다는,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타에가 그 날처럼 사아야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행복하자, 사아야."

 

  사아야는 타에의 손길에 자신의 얼굴을 맡겼다.

 

  "응."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