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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의 대모험

(3) 보금자리를 떠나는 뒷모습 욕실에서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사요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카타콤을 어떻게 빠져나오긴 했지만 낮과 같은 상황이 조만간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 사요는 분명 카타콤 쪽에서 사람을 보내 자신을 죽이도록 지시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타콤은 이 세계에서 지위와 돈이 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곳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과 마물의 생명으로 도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타콤 입장에서는 정보를 흘리고 고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요를 잡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고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카타콤에 들이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검문을 한다. 그 사람의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가족, 카타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부 그런 관계였다. 결국 카타콤은 고여서 썩은 물로 넘쳐나게 되었다. 단.. 더보기
(2) 숲속의 신관 기억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요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태어난 곳도 모르고, 부모님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기억이라는 책의 페이지를 제일 앞으로 돌려보아도 시작은 카타콤이었다. 제일 오래된 기억 중에 하나는, 7살 즈음에 카타콤에서 처음 검을 잡던 날이었다. "자, 저기 있는 아저씨 보이지?" 누군가가 달콤한 목소리로 사요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사요가 고개를 들자, 위에서부터 훤히 내려다보이는 미로가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 남자가 검과 방패를 들고 벌벌 떨면서 미로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사요가 있는 곳은 관중석이었다. "보여요." "그래, 저 아저씨가 어떻게 싸우는지 보렴." 남자는 막다른 길을 몇번 헤매며 계속 돌아가는 중이었다. 관중들이 남자에게 야유를 보.. 더보기
(1) 현상수배범 사실 달리기는 자신이 없다. 단숨에 허를 찌르는 순간적인 스피드로는 자신이 있었지만, 사요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긴 거리를 달리는 중이었다. 이렇게까지 길게 달려본 적은 없기에 달리면서 몇번 고꾸라질 뻔했지만, 이대로 쓰러지면 앞으로는 없다. 찾아야 할 사람이 있다. 매번 지쳐서 쓰러지려고 할 때마다 기억에 없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썼다. 이름도 잊어버린지 오래. 분명 밝게 웃고 있는 얼굴이었던 것 같은데. "쏴!" 우거진 나무 틈 사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다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줄곧 쫓아오던 군대의 지휘관 목소리다. 사요는 나무들 틈으로 숨는 대신 팔에 차고 있던 방패를 치켜들었다. 사요의 입에서 알아듣기 힘든 언어의 주문이 흘러나오고, 방패는 점점 커지더니 이내 받쳐들고 있을 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