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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세츠토와]네가 이 다음에 어디론가로 떠날 때

  “다녀왔어!”

  세츠나는 며칠 전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 생활을 꿈꾸던 세츠나에게, 학생을 모집한다는 카무이 학원의 공고는 꿈에 그리던 기회였다. 서류를 낸 뒤, 면접에도 합격한 세츠나는 곧잘 학교에 다녔다.
  다만, 세츠나가 학교에 다니게 되니 도처의 어둠을 신경쓰는 건 오롯이 토와의 몫이었다. 게다가 어둠을 정화한다는 목적으로 동거를 하고 있는 토와의 입장에서는 세츠나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오셨어요?”

  그러나 토와는 평소처럼 명상을 하다가 일어나 세츠나를 맞이했다. 무엇보다도 세츠나가 행복해한다면, 절대 이 상황을 개입시키면 안된다. 세츠나를 위해서.

  “짠~ 오늘은 직업을 바꾸는 훈련을 했어!”

  세츠나가 활을 꺼내들었다. 학교에서 새로운 직업 훈련이 있었다. 직업을 고르는 시간에, 세츠나는 문득 토와가 생각나 활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조준을 해보려고 해도 자꾸 빗나가... 이러다간 수행평가에서 통과하긴 힘들텐데.”

  토와는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활은 집중만 잘 하면 명중시키는 건 어렵지 않아요. 차근차근 연습해보면 될 거예요.”
  “으응...”

  세츠나는 그렇게 말하는 토와의 표정에서 쓸쓸함을 느꼈다. 토와는 세츠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안그래도 학교에 다니느라 토와에게 신경을 못써준 것 같아 마음이 무겁던 찰나였다.

  “토와, 나 활 쏘는 것 좀 알려줄래?”
  “...네?”

  토와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분명 토와에게 훈련을 부탁하면 둘이 있을 시간도 생기고 토와도 덜 외로워하겠지.
  세츠나가 자신있게 어깨를 폈다.

  “토와가 알려주면 훨씬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어때?”

  토와는 잠시 세츠나의 활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볼게요.”

  토와의 입가에 웃음이 조금 번졌다. 세츠나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활을 쏠 때 기본 자세는 이거예요.”

  토와가 직접 자신의 활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정면을 본 상태에서 왼쪽 발은 앞에, 오른 발은 그 반대편에 두고 가만히 활을 쥔다.
  세츠나는 곧잘 따라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에 활 시위를 잡아당겨요. 해볼래요?”

  세츠나는 단숨에 활을 어깨 수평까지 들어올려 시위를 당겨보았다. 그러나 시위는 반도 못펴진 상태에서 어딘가에 걸린 것처럼 팽팽해졌다.

  “읏... 어.... 어....??”
  “그게 아니예요. 이렇게.”

  토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깊게 숨을 들이쉬며 활을 우아하게 들었다. 그리곤 눈을 뜨고, 이번엔 숨을 내쉬며 부드럽게 시위를 뒤로 당겼다. 시위가 토와의 귀 너머까지 늘어나듯이 당겨졌다.

  “와... 역시 전공자는 다르구나.”
  “제가 교정을 해드릴 테니까 해볼래요?”

  토와가 세츠나 뒤에 섰다. 토와가 뒤에 있으니 은근히 긴장된다.

  “자, 이 상태에서 활을 수평으로 올리고...”

  세츠나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활을 올리자, 토와가 부드럽게 세츠나를 껴안듯이 두 팔을 받쳐주었다.

  “그리고 오른 팔로 부드럽게 당겨요.”

  숨을 내쉬면서 토와의 손이 이끄는대로 시위를 잡아당기자, 시위가 쉽게 늘어났다.

  “한번 놔볼래요?”

  토와가 뒤에 바짝 붙어있는 탓에 그 숨결이 바로 귀에 닿았다. 세츠나는 어쩐지 귀가 뜨거워졌다.

  “팔에 긁히지 않을까?”
  “활을 기울여서 잡지만 않으면 긁힐 일은 없어요.”
  “아... 알겠어.”

  세츠나는 눈을 질끈 감고 시위를 놓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강하게 원래 위치로 돌아가면서 활을 튕길듯이 진동했다. 묘한 짜릿함이 느껴졌다. 세츠나가 방긋 웃었다.

  “됐어!!! 신기하다!”

  뒤에서 토와가 뿌듯하게 웃고 있을 것만 같다.

  “다음은 사격이에요. 여기서부터가 진짜예요.”

  토와가 화살을 꺼냈다. 세츠나는 날카롭게 선 화살촉을 조금 만져보았다. 시위도 잘 못당긴 탓에 학교에서는 화살까진 만져볼 기회가 없었다.

  “화살을 시위에 걸고, 왼 손가락으로 화살을 걸칠 거치대를 만드는 거예요. 이렇게.”

  토와가 다시 세츠나의 뒤에서 교정해주었다. 세츠나가 조금 웃었다.

  “....왜 웃어요?”
  “아니, 이것도 뭔가 좋은 것 같아서...”
  “.....?”

  토와가 뒤에서 교정해준 덕에 세츠나는 그럭저럭 목표물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커다란 나무를 맞추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더 잘 쏘려면 목표물을 갈수록 작은 걸로 하는 게 좋아요.”
  “그렇구나....”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해요. 수고하셨어요.”

  토와가 웃으면서 물러섰다. 세츠나는 입맛을 다시면서 활을 만지작거렸다.

  “이제 그만 들어가요.”

  세츠나는 괜히 활 시위를 한번 쭉 잡아당겼다.

  “다시 안되는 것 같은데... 미안한데, 한번만 더 잡아줄 수 있어?”

  돌아서서 앞서 걷던 토와가 세츠나를 바라보았다.

  “...할 수 없네요. 오늘은 이것까지만 해요.”

  토와가 다시 세츠나 뒤에 섰다. 세츠나는 비죽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맞은 편에서 날고 있던 오하기와 눈이 마주쳤다. 세츠나는 조용히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그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하기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이후쿠와 멀리 날아가버렸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이불을 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이부자리에 누웠다.

  “오늘 재밌었어.”

  어둠 속에서 세츠나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토와도 슬며시 웃었다.

  “저두요. 세츠나를 이런 식으로 가르쳐본 적은 없는데, 새로웠어요.”
  “으응. 토와는 참 따뜻했어.”
  “네?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야.”

  토와가 세츠나 쪽으로 돌아누웠다.

  “아까 느낀 건데요, 세츠나의 활에서 강한 불꽃같은 게 느껴졌어요. 세츠나가 주먹을 내지르는 것 같은 열정이랄까.”
  “그래....?”
  “세츠나는 분명 명사수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있잖아, 격투 안배워볼래?”

  세츠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닌 밤중에, 토와는 눈을 끔뻑였다.

  “얼른~”
  “자려다가 말고요...?”
  “나도 알려주고 싶어서 그래.”

  하는 수 없이 토와가 일어나자, 세츠나는 신이 나서 불을 켜고 자세를 잡았다.

  “주먹을 쥘 때는, 새끼손가락에서부터 파도 타듯이 이렇게 부드럽게 쥐어.”

  세츠나가 토와의 손을 잡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주먹을 쥐어주었다. 토와는 그 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먹을 내지를 때는 절대 어깨 힘으로 하지 말고 허리로 돌리면서.”

  이번엔 세츠나가 토와의 뒤로 이동했다.

  “저기 세츠나, 알려주는 건 고마운데 이렇게 할 필요가...”

  뒤에서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토와는 잠시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어, 움츠리면 안돼. 딱 펴고, 날 죽여봐라! 하는 눈빛으로.”

  세츠나의 팔이 그림자처럼 토와의 팔을 감싸안았다.

  “허리를 비틀었다가, 무녀 펀치!”

  세츠나가 토와의 주먹을 잡고 앞으로 내질렀다. 부드러운 듯 강한 힘이 바람을 거슬러 일정 거리 앞에서 멈췄다.

  “어때? 신기하지!”

  토와는 한동안 그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어라? 토와? 왜그래? 내가 너무 세게 잡았나?”

  그제서야 세츠나가 토와에게서 물러났다. 토와는 주먹을 천천히 내리고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불을 껐다.

  “어어...?”
  “...알려줘서 고마워요. 이제 잘 시간이에요.”
  “아직 안 끝났는데... 무녀 어퍼컷도 있고, 또...”

  토와가 먼저 세츠나에게서 등을 돌린 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세츠나는 한숨을 쉬며 하는 수없이 토와 옆에 누웠다.

  “저기 토와, 내가 뭐 잘못했어? 여기 좀 봐봐~”
  “........”
  “토와~ 응? 팔 아팠어? 미안해~”

  토와는, 세츠나가 팔을 감았을 때 어깨를 움츠리듯이 몸을 둥글게 말았다.

  “...반칙이에요.”
  “뭐가?”
  “안녕히주무세요.”
  “아아~~~ 토와~~~~ 여기 좀 봐~~~~”







  며칠 뒤, 세츠나가 푸른 색 옷을 들고 하교했다.

  “토와! 이것 좀 봐! 내가 뭐 가져왔게~”

  명상을 하고 있던 토와는 정적을 깬 큰 목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웬 옷이에요?”
  “그동안 토와가 활 쏘는 법을 알려준 덕에 직업 훈련 무사히 마쳤어! 그래서 그 답례.”

  여전히 어리둥절한 토와의 앞에 세츠나가 옷을 이리저리 대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 잘 어울린다!”
  “제 사이즈는 어떻게 알고...”
  “응, 저번에 무녀 펀치 알려 줄 때 대충 이정도겠구나, 싶어서.”

  뒤에서 안아오던 세츠나의 온기. 토와가 다시 어깨를 움츠렸다.

  “그, 그걸로 알았다구요...?”
  “그럼! 우리가 한두번 본 사이도 아니고. 얼른 입어봐.”

  토와가 옷을 받아들었다.

  “앞으로 토와도 학교 같은 곳에 가게 되면 이 옷 입고 가기! 약속이다?”

  아랫쪽에 노란 초승달이 박혀있고 파도처럼 일렁이는 아름다운 옷이다. 토와는 옷을 끌어안고 뿌듯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세츠나. 꼭 입고 다닐게요.”

  다이후쿠가 날아와 세츠나의 어깨 위에 앉았다. 토와는 다이후쿠에게 살며시 검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다이후쿠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오하기와 함께 산책하러 나가버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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