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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유루유리

[히마사쿠]안귀여워요/안멋져요

「안귀여워요」

"사쿠라코, 고등학생이랑 사귀면 어때?"

쿄코가 누워서 만화책을 넘기며 물었다. 사쿠라코는 바닥에 앉아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웅얼거렸다.

"어떻긴요... 그냥 사람이랑 사귀는거죠."
"그래도 막 귀엽다던가 그렇지 않아?"
"엑."

사쿠라코의 얼굴이 굳어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쿄코를 쳐다보았다. 사쿠라코는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

"선배...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음?"
"귀엽긴요! 하~나도 안귀여워요!"

홧김에 던진 휴대폰이 침대 위로 다이빙했다. 쿄코가 가볍게 휴대폰을 피하고 만화책을 덮었다.

"안귀여워?"
"괴팍하고, 고지식하기 그지없고, 툭 하면 때리고, 째려보고, 나가 죽으라는 말이나 하고, 버릇이 없어요!"
"5살이나 차이나는데?"
"어른을 신발에 붙은 껌 정도로 아는 웃긴 애라니까요!"

생각하다보니 더 화난게 떠올라버렸다. 사쿠라코의 언변에 불이 붙었다.

"게다가 그 성가신 가슴! 건방지게....! 다섯살이나 어린게...!"
"사... 사쿠라코, 진정해..."

사쿠라코의 열 손가락이 당장에라도 무언가를 공격할 듯이 꿈틀댔다. 두 눈에는 초점이 사라졌고 숨이 거칠어졌다.

"어제도 얼마나 때려대던지! 등짝에 멍이 들었을거예요, 한번 보실래요?!"

사쿠라코가 주섬주섬 옷을 벗으려는 탓에 쿄코가 허둥대면서 손을 가로저었다. 순간, 침대쪽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사쿠라코의 휴대폰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누가!"
"아니, 그닥 중요하진 않았..."

씩씩대면서 휴대폰을 낚아채던 사쿠라코가 흠칫하더니 허리를 굽히며 두 손으로 공손히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히마와리? 응, 나 쿄코 선배네 방인데. 아... 그건 히마와리가 숙제 해야된다고 해서... 알겠어 다음부터는 연락 자주 할게. 응, 응. 아 지금? 아이스크림? 알겠어 바로 사갈게!"

툭, 돌아서서 전화를 끊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사쿠라코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정말... 고등학생은 하나도 안귀여워요..."

쿄코가 말없이 사쿠라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 납치당할테니까 안녕히 계세요...."
"힘내...."

과제는 히마와리 집 가서 해야겠다, 중얼거리면서 사쿠라코는 쓸쓸히 퇴장했다. 쿄코는 침대에 다시 드러누우면서 만화책을 집었다.

"그래도 어른이라고 많이 져주고 있네. 장하다, 장해."





「안멋져요」

"히마와리, 어른이랑 사귀면 어때?"

숙제를 하다가 말고 치나츠가 무심코 물었다. 어디선가 툭, 사프심이 부러지며 치나츠의 교과서 안으로 파편이 튀었다.

"...묻지 마세요."
"왜? 든든하고 멋지고, 그렇지 않아? 우리랑 다른 느낌이지?"
"아니요! 요시카와가 뭘 몰라서 하는 소리...!"

이를 앙다물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샤프심이 또 부러졌다. 진정, 진정하자.

"누군가를 사귈거면 반드시 또래랑 사귀는걸 추천해요."
"에... 그 정도야?"
"어른은 말이죠.... 요시카와."

결국 샤프를 내려놓았다. 히마와리가 한숨을 쉬면서 턱을 괴었다.

"자신이 잘난줄 알고 버럭버럭 화부터 내는데다가, 가끔씩 두서없이 칭얼대기나 하고, 아랫사람이 가르쳐주려고 하는걸 무시하는 이기적인 존재랍니다."
"아..."
"그러니까 절대. 사귀지 마세요. 제발."

일이 잘 안되면 무조건 눈물부터 짓고 보는 그 한심한 얼굴이 떠올랐다.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뭐라도 조언해주면, 아직 고등학생이면서 뭘 아냐고 버럭하기나 하고.

"요시카와, 꼭 좋은 사람 만나세요."
"으.. 으응...."

치나츠가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히마와리가 사귀는 사람은 내가 아는 어른이랑은 좀 다른 어른 같다.
대화가 마무리되고 다시 숙제에 집중하려는데 히마와리의 휴대폰이 울렸다. 히마와리가 번호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또 뭐라고 징징대려고...."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네, 사쿠라코... 뭐라구요? 넘어졌어요?! 무릎에서 피난다구요? 근처에 약국 있나 봐요! 길거리에서 울고 있지 말고 얼른 일어나요 뭐해요! 얼굴도 까졌... 아, 정말!"

히마와리가 벌떡 일어났다.

"하여튼, 내가 없으면 뭐든 안된다니까! 요시카와, 실례할게요!"

허둥대는 바람에 샤프를 손에 쥐고 나가는 히마와리를 보며 치나츠가 싱긋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잘 챙겨주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