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조금이라도 평범하게 대할수는 없는건가요.
어쩐지 평소의 우리를 생각하고 있자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굳이 3인자의 입장에서 보지 않아도 그랬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거나 장난을 치거나 다정하게 휴대폰을 보며 웃거나... 또래의 여자 아이들에 비해 우리는 유독 낯을 가렸다. 왜 그럴까. 소꿉친구가 아니었던가.
멍청한 사쿠라코는 그런 생각을 한번쯤이나 해봤을까. 나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 채 주먹을 꽉 쥐고 어쩌면 사쿠라코에게는 의미없는 메아리를 외치고 있었다.
"대체 사쿠라코한테 저는 뭔가요?"
"아카리~"
하교시간, 하교할 채비를 하고 있는데 사쿠라코가 갑자기 아카리를 정답게 불렀다. 뒤이어 당황한 듯한 아카리의 목소리, 장난스러운 사쿠라코의 웃음소리. 나는 유독 피곤했기에 사쿠라코가 얼른 하교 준비를 해주길 바랐다. 다그치려고 자리에 앉아 공책을 챙기다가 흘끔 뒤를 돌아보았는데, 이내 무슨 상황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사쿠라코는 아카리를 힘차게 껴안고 있었다.
"사, 사쿠라코, 왜 그래?"
"치나츠도!"
치나츠도 포근히 사쿠라코의 품에 안겼다. 뜻밖의 호의를 받은 두 사람은 멍하게 사쿠라코를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있었다. 내가 공책을 언제 들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손 안에 들린 공책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늘 허그의 날이잖아."
"허그의 날...? 그런 날도 있었어?"
"심심해서 인터넷 들어가있었는데 실시간 검색어였거든."
"당신... 잘도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잔소리가 나오려던 찰나 사쿠라코가 몸을 돌리더니 저벅저벅 나에게 걸어왔다. 곧 사쿠라코의 투박한 손이 몸을 끌어당겨 등을 토닥거릴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치밀자 등이 오싹해졌다. 눈을 감았다. 사쿠라코의 발자국 소리가 멎더니, 어깨에서 작은 감촉이 느껴졌다가 사라졌다. 눈을 뜨니 사쿠라코가 눈썹을 꿈틀대며 나를 살짝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해? 얼른 집 가자."
"....네? 아....네."
허둥지둥 가방을 챙기고 아카리, 치나츠와 함께 교실을 나섰다. 돌아가는 길에 어쩐지 모르게 몸에 힘이 빠지고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주먹으로 가슴을 쳐보았다.
"히마와리, 가슴 떨어질라."
사쿠라코가 저만치 앞에서 웃었다. 나는 평소처럼 사쿠라코에게 타박할 수가 없었다. 나는 자꾸만 사쿠라코, 아카리, 치나츠와 멀어졌다.
그리고 이윽고 아카리, 치나츠를 먼저 보내고 사쿠라코 집에 다다라서야 내 속을 가로막고 있던 무언가를 조금씩 깨달았다. 나는 화가 나있었다. 하지만 왜? 무엇 때문에?
"잘가, 내일 봐~"
사쿠라코가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사쿠라코, 저희 집에 가실래요?"
"엉? 왜? 쿠키 만들어놓은거 있어?"
"네, 와서 가져가세요."
"웬일이야? 그렇다면 가줘야지."
쿠키 따위는 없었다. 왜 내 집으로 가자고 했는지 의미도 없었다. 근데 왜 표정이 그래? 하는 사쿠라코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표정을 고칠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하고 내 방으로 함께 들어간 뒤에 주겠다는 쿠키는 주지 않고 그렇게, 나는 사쿠라코와 대치 중이었다.
"아니 정말 영문을 모르겠네! 왜 화를 내는거냐고."
아까부터 패턴은 반복이었다. 사쿠라코가 나에게 왜 화가 났냐고 물어본다. 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사쿠라코가 그런데 왜 표정이 그렇냐고 물어온다. 나는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사쿠라코가 자신 때문이냐고 묻는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사쿠라코가 나에게 대체 왜 화가 난거냐고 물어본다.
조금 차분해지기로 했다. 원인을 찾으려면 머리를 식혀야 한다. 눈을 감았다. 그러자, 아까 느꼈던 그 서늘함이 다시 끼쳐왔다. 급하게 눈을 떴다.
"지금 이 상황에 왜 땅을 멍하게 보고있는거야? 날 보라고!"
눈을 비볐다. 시선을 조금 올렸다. 아, 그때서야 나는 내가 사쿠라코의 손을 보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이어 내 입에서 알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사쿠라코에게 저는 뭔가요?"
그 말이 사쿠라코의 귀에 꽂혔다가, 돌아와 다시 내 가슴에 박혔다.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뭐?"
갑자기 눈물이 치솟았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저는 뭐예요?"
"무슨...."
사쿠라코가 입을 살짝 벌렸다. 나는 대체 무슨 말을.
"우리 소꿉친구 맞죠?"
"어.... 응."
"그런데 왜 안지 몇달 안된 친구들보다도 덜해요?"
"죄송한데.... 제가 머리가 너무 명석한 나머지 이해가 잘 안되거든요...."
사쿠라코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제발, 던져주면 알아서 잘 알아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결국 언젠가부터 쌓아오기 시작했던것 같은 무언가가 터져나왔다.
"저도 가끔은 사쿠라코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사쿠라코의 표정은 물처럼 일렁였다가 점점 테두리가 뚜렷해지고 있었다. 드디어 사쿠라코가 손 끝을 꿈틀대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우리는 계속 친구였어."
"쿠키를 구워주거나 숙제를 도와주는 도우미가 아니라?"
"....아니, 그건... 히마와리."
사쿠라코가 던져주는 '히마와리'라는 단어를 신경질적으로 씹어 삼켰다.
"아카자나 요시카와에게 해주는걸 지켜보고 있자면 저는 평범한 친구가 맞나 싶거든요. 우린 대체 어딜 봐서 친구인거죠? 같은 주제로 즐겁게 웃기를 하나요?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나요? 서로의 걱정을 해주나요? 아뇨, 소름돋아서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걸 더 편하게 여기잖아요."
"야, 솔직히 그건 너도 한 몫 하는거잖아. 나만 잘못했어? 너도 나한테 먼저 태클 걸 때 많잖아!"
"그래서, 우리는 평범해요?"
사쿠라코가 입을 꾹 다물었다. 방의 열기에 더해져 우리는 어느새 헉헉대고 있었다.
"솔직하게... 그래, 아카리나 치나츠한테는 친근하게 대할수 있는데 너한테는 못하겠어. 넌 평범하게 생각이 안된단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평범.... 네?"
글러브는 사쿠라코에게 넘어갔다. 멍청한 사쿠라코는 그것도 모르게 자신에게 씌여진 글러브를 멍하게 내려다보았다.
"아, 아니 그러니까, 방금 그 말은 평범하지 않다는건데, 아니...."
급기야 사쿠라코는 글러브를 벗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타임이 오버되어 순서가 넘어갔는데, 그 주먹으로 보기 좋게 나를 때리면 되는 일인데 사쿠라코는 뜻밖의 고전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풋, 웃음이 나왔다. 사쿠라코가 한숨을 쉬었다. 이내 글러브 벗는 것을 포기하는가 싶더니,
"그래, 알겠다고."
언제 망설였나 싶을 정도로 나에게 크게 한방 먹였다. 나는 비틀대면서 나보다 한뼘정도 작은 사쿠라코의 어깨에 코를 묻고 있었다. 투박한 손이 내 등을 토닥이면서 나를 진정시켰다. 아까처럼 소름이 돋을것만 같더니 숨을 쉬느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그 작은 어깨에 어느새 내 숨을 맞춰가고 있었다.
"진짜, 질투(야키모치) 좀 적당히 해."
"지금 떡 얘기 안했거든요."
웃으면서 보란듯이 받아쳤다. 사쿠라코는 여전히 그때처럼 이해하지 못했는지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판을 벌려놓고 결국 내가 먼저 꼬리를 내렸다.
"저기... 근데 지금 왜 저를 안고있는거예요?"
사쿠라코가 내 등을 더 죄어왔다.
"오늘 허그의 날이잖아."
그 말을 들으며 나도 사쿠라코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평범하다고는 할수 없는 우리에게 어쩌다가 찾아오는 평범함은 생각보다 달콤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슨 의미인지도 까마득하게 잊고 그 맛을 음미한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버티고 있던 마음이 풀리듯이 오늘까지만, 하고 고집을 부려본다. 이 따스한 온기, 딱 오늘까지만.
-FIN.
어쩐지 평소의 우리를 생각하고 있자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굳이 3인자의 입장에서 보지 않아도 그랬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거나 장난을 치거나 다정하게 휴대폰을 보며 웃거나... 또래의 여자 아이들에 비해 우리는 유독 낯을 가렸다. 왜 그럴까. 소꿉친구가 아니었던가.
멍청한 사쿠라코는 그런 생각을 한번쯤이나 해봤을까. 나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 채 주먹을 꽉 쥐고 어쩌면 사쿠라코에게는 의미없는 메아리를 외치고 있었다.
"대체 사쿠라코한테 저는 뭔가요?"
"아카리~"
하교시간, 하교할 채비를 하고 있는데 사쿠라코가 갑자기 아카리를 정답게 불렀다. 뒤이어 당황한 듯한 아카리의 목소리, 장난스러운 사쿠라코의 웃음소리. 나는 유독 피곤했기에 사쿠라코가 얼른 하교 준비를 해주길 바랐다. 다그치려고 자리에 앉아 공책을 챙기다가 흘끔 뒤를 돌아보았는데, 이내 무슨 상황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사쿠라코는 아카리를 힘차게 껴안고 있었다.
"사, 사쿠라코, 왜 그래?"
"치나츠도!"
치나츠도 포근히 사쿠라코의 품에 안겼다. 뜻밖의 호의를 받은 두 사람은 멍하게 사쿠라코를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있었다. 내가 공책을 언제 들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손 안에 들린 공책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늘 허그의 날이잖아."
"허그의 날...? 그런 날도 있었어?"
"심심해서 인터넷 들어가있었는데 실시간 검색어였거든."
"당신... 잘도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잔소리가 나오려던 찰나 사쿠라코가 몸을 돌리더니 저벅저벅 나에게 걸어왔다. 곧 사쿠라코의 투박한 손이 몸을 끌어당겨 등을 토닥거릴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치밀자 등이 오싹해졌다. 눈을 감았다. 사쿠라코의 발자국 소리가 멎더니, 어깨에서 작은 감촉이 느껴졌다가 사라졌다. 눈을 뜨니 사쿠라코가 눈썹을 꿈틀대며 나를 살짝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해? 얼른 집 가자."
"....네? 아....네."
허둥지둥 가방을 챙기고 아카리, 치나츠와 함께 교실을 나섰다. 돌아가는 길에 어쩐지 모르게 몸에 힘이 빠지고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주먹으로 가슴을 쳐보았다.
"히마와리, 가슴 떨어질라."
사쿠라코가 저만치 앞에서 웃었다. 나는 평소처럼 사쿠라코에게 타박할 수가 없었다. 나는 자꾸만 사쿠라코, 아카리, 치나츠와 멀어졌다.
그리고 이윽고 아카리, 치나츠를 먼저 보내고 사쿠라코 집에 다다라서야 내 속을 가로막고 있던 무언가를 조금씩 깨달았다. 나는 화가 나있었다. 하지만 왜? 무엇 때문에?
"잘가, 내일 봐~"
사쿠라코가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사쿠라코, 저희 집에 가실래요?"
"엉? 왜? 쿠키 만들어놓은거 있어?"
"네, 와서 가져가세요."
"웬일이야? 그렇다면 가줘야지."
쿠키 따위는 없었다. 왜 내 집으로 가자고 했는지 의미도 없었다. 근데 왜 표정이 그래? 하는 사쿠라코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표정을 고칠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하고 내 방으로 함께 들어간 뒤에 주겠다는 쿠키는 주지 않고 그렇게, 나는 사쿠라코와 대치 중이었다.
"아니 정말 영문을 모르겠네! 왜 화를 내는거냐고."
아까부터 패턴은 반복이었다. 사쿠라코가 나에게 왜 화가 났냐고 물어본다. 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사쿠라코가 그런데 왜 표정이 그렇냐고 물어온다. 나는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사쿠라코가 자신 때문이냐고 묻는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사쿠라코가 나에게 대체 왜 화가 난거냐고 물어본다.
조금 차분해지기로 했다. 원인을 찾으려면 머리를 식혀야 한다. 눈을 감았다. 그러자, 아까 느꼈던 그 서늘함이 다시 끼쳐왔다. 급하게 눈을 떴다.
"지금 이 상황에 왜 땅을 멍하게 보고있는거야? 날 보라고!"
눈을 비볐다. 시선을 조금 올렸다. 아, 그때서야 나는 내가 사쿠라코의 손을 보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이어 내 입에서 알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사쿠라코에게 저는 뭔가요?"
그 말이 사쿠라코의 귀에 꽂혔다가, 돌아와 다시 내 가슴에 박혔다.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뭐?"
갑자기 눈물이 치솟았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저는 뭐예요?"
"무슨...."
사쿠라코가 입을 살짝 벌렸다. 나는 대체 무슨 말을.
"우리 소꿉친구 맞죠?"
"어.... 응."
"그런데 왜 안지 몇달 안된 친구들보다도 덜해요?"
"죄송한데.... 제가 머리가 너무 명석한 나머지 이해가 잘 안되거든요...."
사쿠라코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제발, 던져주면 알아서 잘 알아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결국 언젠가부터 쌓아오기 시작했던것 같은 무언가가 터져나왔다.
"저도 가끔은 사쿠라코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사쿠라코의 표정은 물처럼 일렁였다가 점점 테두리가 뚜렷해지고 있었다. 드디어 사쿠라코가 손 끝을 꿈틀대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우리는 계속 친구였어."
"쿠키를 구워주거나 숙제를 도와주는 도우미가 아니라?"
"....아니, 그건... 히마와리."
사쿠라코가 던져주는 '히마와리'라는 단어를 신경질적으로 씹어 삼켰다.
"아카자나 요시카와에게 해주는걸 지켜보고 있자면 저는 평범한 친구가 맞나 싶거든요. 우린 대체 어딜 봐서 친구인거죠? 같은 주제로 즐겁게 웃기를 하나요?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나요? 서로의 걱정을 해주나요? 아뇨, 소름돋아서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걸 더 편하게 여기잖아요."
"야, 솔직히 그건 너도 한 몫 하는거잖아. 나만 잘못했어? 너도 나한테 먼저 태클 걸 때 많잖아!"
"그래서, 우리는 평범해요?"
사쿠라코가 입을 꾹 다물었다. 방의 열기에 더해져 우리는 어느새 헉헉대고 있었다.
"솔직하게... 그래, 아카리나 치나츠한테는 친근하게 대할수 있는데 너한테는 못하겠어. 넌 평범하게 생각이 안된단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평범.... 네?"
글러브는 사쿠라코에게 넘어갔다. 멍청한 사쿠라코는 그것도 모르게 자신에게 씌여진 글러브를 멍하게 내려다보았다.
"아, 아니 그러니까, 방금 그 말은 평범하지 않다는건데, 아니...."
급기야 사쿠라코는 글러브를 벗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타임이 오버되어 순서가 넘어갔는데, 그 주먹으로 보기 좋게 나를 때리면 되는 일인데 사쿠라코는 뜻밖의 고전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풋, 웃음이 나왔다. 사쿠라코가 한숨을 쉬었다. 이내 글러브 벗는 것을 포기하는가 싶더니,
"그래, 알겠다고."
언제 망설였나 싶을 정도로 나에게 크게 한방 먹였다. 나는 비틀대면서 나보다 한뼘정도 작은 사쿠라코의 어깨에 코를 묻고 있었다. 투박한 손이 내 등을 토닥이면서 나를 진정시켰다. 아까처럼 소름이 돋을것만 같더니 숨을 쉬느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그 작은 어깨에 어느새 내 숨을 맞춰가고 있었다.
"진짜, 질투(야키모치) 좀 적당히 해."
"지금 떡 얘기 안했거든요."
웃으면서 보란듯이 받아쳤다. 사쿠라코는 여전히 그때처럼 이해하지 못했는지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판을 벌려놓고 결국 내가 먼저 꼬리를 내렸다.
"저기... 근데 지금 왜 저를 안고있는거예요?"
사쿠라코가 내 등을 더 죄어왔다.
"오늘 허그의 날이잖아."
그 말을 들으며 나도 사쿠라코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평범하다고는 할수 없는 우리에게 어쩌다가 찾아오는 평범함은 생각보다 달콤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슨 의미인지도 까마득하게 잊고 그 맛을 음미한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버티고 있던 마음이 풀리듯이 오늘까지만, 하고 고집을 부려본다. 이 따스한 온기, 딱 오늘까지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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