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학교 끝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았죠. 어쩌면 다 저의 고집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집으로 함께 돌아갈 때, 열이 나는 것 같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저에게 사쿠라코는 아무렇지도 않게 "히마와리도 은근 꾀병이 잦다니까."라고 했지요. 봄바람이 사정없이 제 마음을 데워놓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물었죠. 대체 제가 언제 꾀병을 부렸냐고. 사쿠라코는 그걸 또 들었냐는 표정으로, 어제 피구 할때 사쿠라코가 던진 공에 맞아 넘어졌을 때 이야기를 꺼냈어요. 사정없는 공에 직격으로 맞아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는데 주변에 친구들이 웅성웅성 몰려드니까 사쿠라코가 심술궂게 한 말은, "별로 세게 치지도 않았는데 엄살이야."라고 했던가요. 너무 정신없어서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땐 정말 아팠다고 호소하려 했지만 자신이 던진 공에 맞아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모를거라고 생각했기에 잠자코 입을 다물었어요. 그러자 사쿠라코는 그 기세를 몰아 어깨에 힘을 주고 덧붙였죠. 애당초 몸이 허약해서 체육도 제대로 못하고, 아침마다 깨워주지 않으면 한참 어린 카에데보다도 늦게 일어나고, 뭐만 하면 겁부터 먹고 꼬리를 뺀다고 말이에요. 그 즈음 됐을때는 더이상 화를 참을수가 없었어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성난 숨을 고르려는데, 사쿠라코가 뭐하냐며 뒤를 돌아보던 그 때, 저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어요. 정말 엄살이 맞는 걸까요. 별 것 아닌 우스운 말들인데 울컥해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거든요. 사쿠라코는 놀랐는지 흠칫하더니 알아서 잘 오라며 먼저 가버렸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 위로 쓰러졌어요. 사쿠라코의 바보같고도 매몰찬 이야기를 들으니 머리가 뻐근하고 몸에 힘이 전혀 안들어가더군요. 카에데에게는 전날 저녁에 먹던 카레가 남아있으니 데워먹으라고 하고, 잠시 잠을 청했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누가 울먹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어요. 정신이 몽롱하기에 아직 잠이 덜깨서 그러려니 싶었는데,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고 천장이 꿈틀대더라구요. 누가 흐느끼는 소리는 여전해서, 간신히 정신을 집중해서 들어보니 카에데였어요. 누군가에게 급하게 전화를 거는 내용이었는데, 다시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찰나 누가 급하게 제 머리 위에 손을 얹는게 느껴졌어요.
왜 그때 저는, 그렇게 미웠던 당신인데, 그 표정을 보고 당신이 안쓰럽다고 생각했을까요.
어째서 그토록 당신은, 그런 표정을 하고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건가요?
"언니가 많이 아파..."
그 말을 듣고 사쿠라코는 어련히 화병이겠지 싶었다. 아까 아무 생각 없이 마구 퍼부은 말에 화가 나서 잠깐 누운거겠지 싶었다. 그러나 아까 급하게 숙인 그 얼굴에 떨어진 것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딜 급하게 나가냐고 부르는 나데시코의 말도 무시한 채, 무작정 약국으로 달려갔다. 뭘 도와드릴까요? 약사의 물음에 잠시 멈칫했다. 약을 달라고 해야할텐데 열이 난다는 증상 말고는 어떤 병인지 정확히 모른다는게 흠이었다. 일단 해열제를 받아 챙겼다. 감기일지, 정말 화병일지, 아니면 다른 곳이 안좋은지는 모르겠지만 해열제로 어떻게든 되겠지. 히마와리의 집으로 뛰던 중에 사쿠라코는 갑자기 무언가가 머리를 콱 틀어막은 기분이 들어 멈춰섰다. 약은 둘째치고 어쨌든 원인이 하교길에 나눴던 대화라면, 정말 그렇다면 어쩌지? 사과를 해야하나? 그러나 그 다음에 바로 치고 들어오는 생각은, 아니야 히마와리는 엄살쟁이가 맞아, 난 피구공을 세게 던지지 않았고 히마와리가 아침잠이 많은 것과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이잖아? 머리가 아파왔다.
히마와리 집에 다와갈수록 점점 심장이 옥죄는 기분이었다. 모든것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양, 사쿠라코는 온 힘을 다해 변명거리를 찾는 중이었다. 그러나 카에데가 문을 열어주었을 때, 카에데의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것을 보자마자 모든 생각이 한순간에 씻겨내려갔다.
사쿠라코는 카에데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고 히마와리 방을 찾아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방 문을 열자 확 끼쳐오는 열기에 잠시 숨이 막혔다.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히마와리에게 덥석 달려들어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뜨겁다.
"카에데, 찬 물이랑 수건 좀 준비해줄래?"
그렇게 말하고 나니 히마와리가 눈을 떴다. 무엇을 보고있는지 모를 흐리멍텅한 눈빛이었다.
"사쿠라코....?"
"어, 나야. 잠시 실례할게."
이불을 확 걷고 교복을 차근차근 벗겼다. 팔다리를 주물러서 몸을 풀어주고 카에데가 찬 물과 수건을 가져오자 수건을 찬 물에 적셔서 히마와리의 열기를 잠재우려 안간 힘을 썼다.
"내일이라도 얼른 병원 가. 오늘은 늦었으니까."
갑자기 히마와리가 피식 웃었다. 이 녀석 아직은 살만 한건가, 손을 멈추고 잠시 멍하게 그 얼굴을 바라보자, 히마와리는 지그시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사쿠라코, 벌써부터 얼굴 그렇게 구기면 나중에 주름 빨리 생겨요..."
그 길로 히마와리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금방 새근새근 소리가 들리자 사쿠라코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수건에 찬물을 적셨다.
히마와리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한참을 고민하던 사쿠라코는 수건을 내려놓고 그 뜨거운 손을 잡았다. 한숨이 나왔다. 비로소 모든 생각이 정리됐다. 사실 할 말이 참 많아. 나도 겁쟁이거든.
미간을 눌러 지그시 표정을 풀었다. 주름 빨리 생겨요, 그 말과 함께 잠시 밀려왔다 사라진 미소에, 어째서 그토록, 머릿속이 간지러웠을까. 왜 그 평온한 얼굴이 이 품에 안겨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끼쳐왔을까.
꿈처럼 아득하네요.
세게 때려서 미안해. 사실 나도 겁 많아. 겁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 친구가 갑자기 아픈 이 상황도 얼마나 겁났는데.
잠결에 들린 그 말에 당신의 표정이 납득이 가더군요.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 얼굴을 했는지. 얼떨결에 나무 위에 올라간 아기 고양이를 보는 듯 했답니다. 너무 가여워서 팔을 들어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혹시 그 때 제가 잠에 들지 않고 사쿠라코를 안아줬다면, 밀쳐내지 않고 가만히 안겨있었을까요? 그것조차도 겁이 나서 함부로 상상할 수 없어요.
저는 엄살쟁이, 겁쟁이가 맞아요.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네요.
겁쟁이 사쿠라코는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내일은 제 팀에 들어오셔서 든든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역시 다른 팀이 되면 쓸쓸한가봐요.
지금 제 침대 위에는 막 땅에 내려온 고양이 한마리가 지쳐서 잠들어있네요. 좋은 꿈 꾸세요.
-FIN.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 위로 쓰러졌어요. 사쿠라코의 바보같고도 매몰찬 이야기를 들으니 머리가 뻐근하고 몸에 힘이 전혀 안들어가더군요. 카에데에게는 전날 저녁에 먹던 카레가 남아있으니 데워먹으라고 하고, 잠시 잠을 청했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누가 울먹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어요. 정신이 몽롱하기에 아직 잠이 덜깨서 그러려니 싶었는데,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고 천장이 꿈틀대더라구요. 누가 흐느끼는 소리는 여전해서, 간신히 정신을 집중해서 들어보니 카에데였어요. 누군가에게 급하게 전화를 거는 내용이었는데, 다시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찰나 누가 급하게 제 머리 위에 손을 얹는게 느껴졌어요.
왜 그때 저는, 그렇게 미웠던 당신인데, 그 표정을 보고 당신이 안쓰럽다고 생각했을까요.
어째서 그토록 당신은, 그런 표정을 하고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건가요?
"언니가 많이 아파..."
그 말을 듣고 사쿠라코는 어련히 화병이겠지 싶었다. 아까 아무 생각 없이 마구 퍼부은 말에 화가 나서 잠깐 누운거겠지 싶었다. 그러나 아까 급하게 숙인 그 얼굴에 떨어진 것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딜 급하게 나가냐고 부르는 나데시코의 말도 무시한 채, 무작정 약국으로 달려갔다. 뭘 도와드릴까요? 약사의 물음에 잠시 멈칫했다. 약을 달라고 해야할텐데 열이 난다는 증상 말고는 어떤 병인지 정확히 모른다는게 흠이었다. 일단 해열제를 받아 챙겼다. 감기일지, 정말 화병일지, 아니면 다른 곳이 안좋은지는 모르겠지만 해열제로 어떻게든 되겠지. 히마와리의 집으로 뛰던 중에 사쿠라코는 갑자기 무언가가 머리를 콱 틀어막은 기분이 들어 멈춰섰다. 약은 둘째치고 어쨌든 원인이 하교길에 나눴던 대화라면, 정말 그렇다면 어쩌지? 사과를 해야하나? 그러나 그 다음에 바로 치고 들어오는 생각은, 아니야 히마와리는 엄살쟁이가 맞아, 난 피구공을 세게 던지지 않았고 히마와리가 아침잠이 많은 것과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이잖아? 머리가 아파왔다.
히마와리 집에 다와갈수록 점점 심장이 옥죄는 기분이었다. 모든것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양, 사쿠라코는 온 힘을 다해 변명거리를 찾는 중이었다. 그러나 카에데가 문을 열어주었을 때, 카에데의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것을 보자마자 모든 생각이 한순간에 씻겨내려갔다.
사쿠라코는 카에데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고 히마와리 방을 찾아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방 문을 열자 확 끼쳐오는 열기에 잠시 숨이 막혔다.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히마와리에게 덥석 달려들어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뜨겁다.
"카에데, 찬 물이랑 수건 좀 준비해줄래?"
그렇게 말하고 나니 히마와리가 눈을 떴다. 무엇을 보고있는지 모를 흐리멍텅한 눈빛이었다.
"사쿠라코....?"
"어, 나야. 잠시 실례할게."
이불을 확 걷고 교복을 차근차근 벗겼다. 팔다리를 주물러서 몸을 풀어주고 카에데가 찬 물과 수건을 가져오자 수건을 찬 물에 적셔서 히마와리의 열기를 잠재우려 안간 힘을 썼다.
"내일이라도 얼른 병원 가. 오늘은 늦었으니까."
갑자기 히마와리가 피식 웃었다. 이 녀석 아직은 살만 한건가, 손을 멈추고 잠시 멍하게 그 얼굴을 바라보자, 히마와리는 지그시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사쿠라코, 벌써부터 얼굴 그렇게 구기면 나중에 주름 빨리 생겨요..."
그 길로 히마와리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금방 새근새근 소리가 들리자 사쿠라코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수건에 찬물을 적셨다.
히마와리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한참을 고민하던 사쿠라코는 수건을 내려놓고 그 뜨거운 손을 잡았다. 한숨이 나왔다. 비로소 모든 생각이 정리됐다. 사실 할 말이 참 많아. 나도 겁쟁이거든.
미간을 눌러 지그시 표정을 풀었다. 주름 빨리 생겨요, 그 말과 함께 잠시 밀려왔다 사라진 미소에, 어째서 그토록, 머릿속이 간지러웠을까. 왜 그 평온한 얼굴이 이 품에 안겨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끼쳐왔을까.
꿈처럼 아득하네요.
세게 때려서 미안해. 사실 나도 겁 많아. 겁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 친구가 갑자기 아픈 이 상황도 얼마나 겁났는데.
잠결에 들린 그 말에 당신의 표정이 납득이 가더군요.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 얼굴을 했는지. 얼떨결에 나무 위에 올라간 아기 고양이를 보는 듯 했답니다. 너무 가여워서 팔을 들어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혹시 그 때 제가 잠에 들지 않고 사쿠라코를 안아줬다면, 밀쳐내지 않고 가만히 안겨있었을까요? 그것조차도 겁이 나서 함부로 상상할 수 없어요.
저는 엄살쟁이, 겁쟁이가 맞아요.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네요.
겁쟁이 사쿠라코는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내일은 제 팀에 들어오셔서 든든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역시 다른 팀이 되면 쓸쓸한가봐요.
지금 제 침대 위에는 막 땅에 내려온 고양이 한마리가 지쳐서 잠들어있네요.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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