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갑자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펜을 떨어뜨렸다. 고개를 돌리니 졸린 듯이 눈을 희미하게 뜬 네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묘한 마음이 울렁거렸다. 네 손이 이번에는 내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언제까지 숙제만 할거예요?"
나는 침을 꿀꺽 삼키듯이, 긴장된 눈을 떴다.
천장이 얄궂게 웃고 있었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얼굴을 쓸어내렸다. 무언가의 저주일까. 내가 무슨 죄라도 지었나.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꿈을 자주 꾼다.
"사쿠라코, 언제까지 가방만 쌀거예요?"
기다리다가 결국 폭발한 네가 나에게 성을 낸다. 나는 멍하게 너를 바라본다. 그러게. 나는 매일매일, 세상이 한발자국씩 느려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바보같은 표정 짓지 말고 얼른 집에 가요. 아카자 씨와 요시카와 씨는 벌써 하교했다구요. 우리밖에 남은거 안보여요?"
"응? 어어, 알겠어."
세상은 한발자국씩 느려지는데, 너는 한발자국씩 빨라진다. 나는 너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상한 꿈을 꾸고 난 이후에는 더더욱.
그러나, 나는 내 꿈에 매일 네가 나온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앙숙. 미운 정으로 지내는 친구 사이. 절대로 친구 그 이상으로 가까워질 마음도, 그럴 수도 없는 상태. 난 너에게 관심이 없다. 과자나 내놔. 숙제 봐줘. 그리고 가끔씩 가슴 금지. 그런 단순한 생활에서 왜 갑자기, 누군가의 저주로, 그래 난 누군가의 저주라고 생각한다. 그런 꿈은 저주다.
길게 생각하는건 딱 질색인데,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이런 내가 참 싫다. 너는 생각 없어보인다. 평소대로 나에게 면박을 주고, 때리고, 가끔, 아주 가끔...
"어디 아파요? 요즘 몸이 안좋아보이긴 하는데."
나를 향해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보인다. 나는 하교하는 내내 고개를 숙였다.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런 표정 때문에 나는 오늘도...
"사쿠라코. 오늘 며칠인지 알아요?"
네가 웃는다. 나를 안쓰럽게 보던 그런 눈빛이 사라졌다.
"오늘? 오늘은 10월..."
"아뇨, 아뇨. 그런거 말고."
너는 또다시 묘한 표정으로 턱을 괸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뭘 말하는거지?
"ㅁ... 모르겠어."
네가 자세를 바로잡는다. 조금 서운한 표정이다. 아,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렇다면 이제 면박과 함께 손바닥이 날아오겠지. 마음의 준비는 다 됐다. 자, 어서 와.
"기억 못할 줄 알았어요. 오늘 저와 사쿠라코가 200일이 되는 날이잖아요."
다가온 것은, 이상하리만치 간지러운 너의 입술. 뺨에 살짝 다가왔다 사라지는 그 온기. 나는 눈을 비빈다. 서운한 표정이지만, 너는 어쩐지 뿌듯해보인다.
"저는 그런 사쿠라코도 좋아요."
"...내가 왜 좋아?"
무심코 말해버렸다. 아차, 싶지만 후회는 없다. 꿈에서 깨면 순간마다 내가 싫다던 너는, 내가 잠에 들기만 하면 무섭게 찾아와서 좋아한다고 해준다. 대체 너는 내가 왜 그렇게 싫고 왜 그렇게 좋은지.
너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다가 픽, 웃는다. 나는 그 웃음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 풀림을 느낀다. 내가 왜 불안해해야하고, 왜 너의 웃음으로 인해 긴장이 풀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너는 이 순간만큼은 내 편이라는 생각 뿐.
"항상 제 곁에 있어주잖아요. 저를 필요로 해주는 유일한 사람이구요."
아, 나는 그 말에 잠시 나를 돌아보며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 곳에서의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저는 어디에 있든 사쿠라코가 좋아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뜨인다. 숨이 급하게 몰아친다. 눈을 뜨니 너는 없다. 나는 눈을 비비며 조금 마음을 추스린다. 아직 알람이 울리기 한참 전이다.
네가 마지막에 흘리고 간 말, 그건 거짓말이다. 눈을 뜨면 너는 여전히 나에게 싫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제 얼굴 똑바로 그리고 있죠?"
미술 시간, 혹시라도 내가 딴짓을 할까봐 네가 나를 째려본다. 나는 괜히 움츠러들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역시. 너는 여전히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그렇게 안생겼는데 저쪽 세상의 히마와리는 거짓말을 썩 잘 한다. 슬쩍 캔버스 너머로 바라본 네 얼굴에는, 어느새 근심이 가득하다.
"정말 어디 아픈건 아니죠? 요즘 상태가 많이 안좋아보여요."
"...어디가 안좋아보이는데?"
네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도 모르게 그 기운에 억눌리는 기분이다. 대체 왜? 나와 히마와리는 매일 싸우던 앙숙 아니었던가. 나는 분명 저 녀석에게 지기 싫었는데. 대체 왜?
"요즘 통 화를 내거나 떼를 쓰거나... 그러질 않잖아요. 무슨 말만 하면 야단맞는 아이처럼 그렇게 움츠러들고선..."
"어... 내가 그랬나?"
"바보같은 모습은 어디가고 왜 그런 껍데기만 남았어요? 기운 차려요."
기운을 차릴수가 없다. 당장에라도 묻고 싶다. 왜, 내 꿈에 나와서 그런 장난스러운 소꿉장난을 치냐고.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어?"
네가 다시 나를 쓰다듬는다. 이번에는 당혹스러움보다도, 두려움보다도, 서운함이 고개를 든다.
"혹시 힘든 일 있으면 다 저에게 말해주세요. 들어드릴게요."
"아니, 난 아무 일도 없어."
"표정이 많이 힘들어보이는걸요."
꿈에서만 상냥한 너는 싫다. 꿈에서의 너는 허상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는, 이 자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나는 제발 네가 사라지라고 기도한다. 너의 온기가 점점 짙게 다가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는 싫다. 그 누구와도 원하지 않는다. 제발 사라져. 사라져라. 내 꿈 속에서 흔적도 없이, 악마는 사라져라. 눈을 감는다. 너의 온기는 사라질줄 모른다. 사라져라. 흔적도 없이, 제발....
수줍은 온기가 닿는다. 나는 눈을 뜬다. 히마와리가 보인다. 결국... 사라지지 않았구나. 너는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가. 꿈에서의 네가 진짜인가. 아니, 이게 현실인가. 네가 나를 멍하게 바라본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내 물음에, 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표정을 지어도 난 속지 않는다.
"솔직히 말할게. 난 너와 어떤 이유로 사귀게 됐는지 기억이 안나. 기억할 수가 없지. 왜냐하면 현실에서의 너는 가혹하거든. 꿈에서만 달콤하거든. 난 줄곧 너의 두 모습을 봐온거야. 그러니까 제발, 그만 해. 나는 너의 장난감이 아니야. 정말로 나와 사귀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정식으로 고백해. 받아줄테니까."
네가 눈을 두어번 꿈뻑인다. 한 방 먹었겠지. 내가 이겼다. 넌 이제 여기서 사라질수밖에...
"무슨 소리를 하는거예요? 우리가 언제부터 사귀고 있었어요?"
눈을 몇번 끔뻑이던 네 얼굴이 별안간 빨개진다. 아... 지금 네 기분이 내 기분만할까. 그제서야 내 이마 위에 차가운 수건이 느껴졌다. 나는 현실의 너에게, 꿈속의 너를 들켜버렸다. 어쩌면 네가 아닐수도 있는 그 허상에게 혼쭐이 난 모습을 그대로 들켜버렸다.
그리고, 너는 두번 다시 내 꿈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풀릴 저주였나보다. 이제 다시는 그런 저주에 걸리지 않으리. 펜을 들고 다시 숙제에 집중하려는 순간,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사쿠라코, 과자... 드실래요?"
숙제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나는 조용히 펜을 놓고 내 방에 들어와있는 너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왜, 과자를 건내는데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거야?
혹시, 아직도 꿈 속일까.
-FIN.
"언제까지 숙제만 할거예요?"
나는 침을 꿀꺽 삼키듯이, 긴장된 눈을 떴다.
천장이 얄궂게 웃고 있었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얼굴을 쓸어내렸다. 무언가의 저주일까. 내가 무슨 죄라도 지었나.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꿈을 자주 꾼다.
"사쿠라코, 언제까지 가방만 쌀거예요?"
기다리다가 결국 폭발한 네가 나에게 성을 낸다. 나는 멍하게 너를 바라본다. 그러게. 나는 매일매일, 세상이 한발자국씩 느려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바보같은 표정 짓지 말고 얼른 집에 가요. 아카자 씨와 요시카와 씨는 벌써 하교했다구요. 우리밖에 남은거 안보여요?"
"응? 어어, 알겠어."
세상은 한발자국씩 느려지는데, 너는 한발자국씩 빨라진다. 나는 너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상한 꿈을 꾸고 난 이후에는 더더욱.
그러나, 나는 내 꿈에 매일 네가 나온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앙숙. 미운 정으로 지내는 친구 사이. 절대로 친구 그 이상으로 가까워질 마음도, 그럴 수도 없는 상태. 난 너에게 관심이 없다. 과자나 내놔. 숙제 봐줘. 그리고 가끔씩 가슴 금지. 그런 단순한 생활에서 왜 갑자기, 누군가의 저주로, 그래 난 누군가의 저주라고 생각한다. 그런 꿈은 저주다.
길게 생각하는건 딱 질색인데,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이런 내가 참 싫다. 너는 생각 없어보인다. 평소대로 나에게 면박을 주고, 때리고, 가끔, 아주 가끔...
"어디 아파요? 요즘 몸이 안좋아보이긴 하는데."
나를 향해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보인다. 나는 하교하는 내내 고개를 숙였다.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런 표정 때문에 나는 오늘도...
"사쿠라코. 오늘 며칠인지 알아요?"
네가 웃는다. 나를 안쓰럽게 보던 그런 눈빛이 사라졌다.
"오늘? 오늘은 10월..."
"아뇨, 아뇨. 그런거 말고."
너는 또다시 묘한 표정으로 턱을 괸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뭘 말하는거지?
"ㅁ... 모르겠어."
네가 자세를 바로잡는다. 조금 서운한 표정이다. 아,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렇다면 이제 면박과 함께 손바닥이 날아오겠지. 마음의 준비는 다 됐다. 자, 어서 와.
"기억 못할 줄 알았어요. 오늘 저와 사쿠라코가 200일이 되는 날이잖아요."
다가온 것은, 이상하리만치 간지러운 너의 입술. 뺨에 살짝 다가왔다 사라지는 그 온기. 나는 눈을 비빈다. 서운한 표정이지만, 너는 어쩐지 뿌듯해보인다.
"저는 그런 사쿠라코도 좋아요."
"...내가 왜 좋아?"
무심코 말해버렸다. 아차, 싶지만 후회는 없다. 꿈에서 깨면 순간마다 내가 싫다던 너는, 내가 잠에 들기만 하면 무섭게 찾아와서 좋아한다고 해준다. 대체 너는 내가 왜 그렇게 싫고 왜 그렇게 좋은지.
너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다가 픽, 웃는다. 나는 그 웃음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 풀림을 느낀다. 내가 왜 불안해해야하고, 왜 너의 웃음으로 인해 긴장이 풀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너는 이 순간만큼은 내 편이라는 생각 뿐.
"항상 제 곁에 있어주잖아요. 저를 필요로 해주는 유일한 사람이구요."
아, 나는 그 말에 잠시 나를 돌아보며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 곳에서의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저는 어디에 있든 사쿠라코가 좋아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뜨인다. 숨이 급하게 몰아친다. 눈을 뜨니 너는 없다. 나는 눈을 비비며 조금 마음을 추스린다. 아직 알람이 울리기 한참 전이다.
네가 마지막에 흘리고 간 말, 그건 거짓말이다. 눈을 뜨면 너는 여전히 나에게 싫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제 얼굴 똑바로 그리고 있죠?"
미술 시간, 혹시라도 내가 딴짓을 할까봐 네가 나를 째려본다. 나는 괜히 움츠러들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역시. 너는 여전히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그렇게 안생겼는데 저쪽 세상의 히마와리는 거짓말을 썩 잘 한다. 슬쩍 캔버스 너머로 바라본 네 얼굴에는, 어느새 근심이 가득하다.
"정말 어디 아픈건 아니죠? 요즘 상태가 많이 안좋아보여요."
"...어디가 안좋아보이는데?"
네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도 모르게 그 기운에 억눌리는 기분이다. 대체 왜? 나와 히마와리는 매일 싸우던 앙숙 아니었던가. 나는 분명 저 녀석에게 지기 싫었는데. 대체 왜?
"요즘 통 화를 내거나 떼를 쓰거나... 그러질 않잖아요. 무슨 말만 하면 야단맞는 아이처럼 그렇게 움츠러들고선..."
"어... 내가 그랬나?"
"바보같은 모습은 어디가고 왜 그런 껍데기만 남았어요? 기운 차려요."
기운을 차릴수가 없다. 당장에라도 묻고 싶다. 왜, 내 꿈에 나와서 그런 장난스러운 소꿉장난을 치냐고.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어?"
네가 다시 나를 쓰다듬는다. 이번에는 당혹스러움보다도, 두려움보다도, 서운함이 고개를 든다.
"혹시 힘든 일 있으면 다 저에게 말해주세요. 들어드릴게요."
"아니, 난 아무 일도 없어."
"표정이 많이 힘들어보이는걸요."
꿈에서만 상냥한 너는 싫다. 꿈에서의 너는 허상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는, 이 자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나는 제발 네가 사라지라고 기도한다. 너의 온기가 점점 짙게 다가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는 싫다. 그 누구와도 원하지 않는다. 제발 사라져. 사라져라. 내 꿈 속에서 흔적도 없이, 악마는 사라져라. 눈을 감는다. 너의 온기는 사라질줄 모른다. 사라져라. 흔적도 없이, 제발....
수줍은 온기가 닿는다. 나는 눈을 뜬다. 히마와리가 보인다. 결국... 사라지지 않았구나. 너는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가. 꿈에서의 네가 진짜인가. 아니, 이게 현실인가. 네가 나를 멍하게 바라본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내 물음에, 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표정을 지어도 난 속지 않는다.
"솔직히 말할게. 난 너와 어떤 이유로 사귀게 됐는지 기억이 안나. 기억할 수가 없지. 왜냐하면 현실에서의 너는 가혹하거든. 꿈에서만 달콤하거든. 난 줄곧 너의 두 모습을 봐온거야. 그러니까 제발, 그만 해. 나는 너의 장난감이 아니야. 정말로 나와 사귀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정식으로 고백해. 받아줄테니까."
네가 눈을 두어번 꿈뻑인다. 한 방 먹었겠지. 내가 이겼다. 넌 이제 여기서 사라질수밖에...
"무슨 소리를 하는거예요? 우리가 언제부터 사귀고 있었어요?"
눈을 몇번 끔뻑이던 네 얼굴이 별안간 빨개진다. 아... 지금 네 기분이 내 기분만할까. 그제서야 내 이마 위에 차가운 수건이 느껴졌다. 나는 현실의 너에게, 꿈속의 너를 들켜버렸다. 어쩌면 네가 아닐수도 있는 그 허상에게 혼쭐이 난 모습을 그대로 들켜버렸다.
그리고, 너는 두번 다시 내 꿈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풀릴 저주였나보다. 이제 다시는 그런 저주에 걸리지 않으리. 펜을 들고 다시 숙제에 집중하려는 순간,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사쿠라코, 과자... 드실래요?"
숙제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나는 조용히 펜을 놓고 내 방에 들어와있는 너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왜, 과자를 건내는데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거야?
혹시, 아직도 꿈 속일까.
-FIN.
'팬픽 > 유루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마사쿠]어째서, 그토록 (0) | 2017.03.20 |
---|---|
[히마사쿠]TIME! (1) | 2017.01.20 |
[쿄아야]너의 이름은 (0) | 2016.11.10 |
[히마사쿠]사쿠라코 Zi존 프로젝트 (0) | 2016.09.20 |
[히마사쿠]마법적 감각 (0) | 2016.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