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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Bang Dream

[히나아야]나는 우리가 진심이 되길 바랐다. (下)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히나, 진심이야?"

 

  언니가 관심을 보여준 건 고마웠지만, 그 표정이 뭘 의미하는지는 의문이었다. 나는 말없이 언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언니가 다시 묻는다.

 

  "마루야마 씨한테 진심이냐고 묻는 거야."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묻고 싶지만 언니는 대답해주지 않겠지.

 

  "진심이 아닐 건 뭐야?"

  "...네 의지로 무언갈 한다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넌 무언가를 시작할 때 단순한 흥미를 느끼는 게 대부분이잖아."

  "그게 왜?"

  "뭐가 문젠지 모르겠어?"

 

  아, 나왔다. 언니의 룽하지 않은 표정.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표정은 힘이 빠진다. 내가 또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난 그냥 언니한테 응원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좋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게. 마루야마 씨한테 단순한 흥미를 느껴서 시작한 거라면, 지금 당장 관둬."

  "...언니..."

  "그런 표정해도 소용 없어. 기타나 다른 일로는 뭐라고 안하겠지만 사람 일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야. 알겠어?"

 

  대꾸를 할 수가 없다. 잔뜩 열을 내고 있는 언니 앞에서 나는 그저 우두커니 서있었다. 언니는 알겠으면 이만 방으로 들어가보라면서 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렸다. 나는 그 앞에 한동안 서있다가, 휴대폰을 들어 아야의 번호를 찾아냈다. 언니가 말하는 진심이란 뭘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룽한 기분이 이끌 뿐... 이 느낌이 잘못됐다면, 정말 그만둬야 할지도.

 

 

 

 

  아야가 물에 빠졌을 때, 나는 스태프에게서 포즈 설명을 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이 터졌을 때는 치사토의 비명소리가 들렸을 때였고, 이어 아야가 무언가에 잡아먹히고 있는 듯이 간절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몸이었다. 곧바로 물에 뛰어들어 아야를 끌어올리고 언젠가 학교에서 배운대로 가슴 압박과 인공호흡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많이 급한 결정이었다. 아야는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입술을 맞부딫히자마자 질겁을 하면서 뒤로 몸을 뺐다. 그 표정. 나를 멍하게 바라보면서 당황한 표정에 잠시 속이 울렁거렸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얼마나 걱정했는데!"

 

  정말, 정말 다행이야. 그 생각이 멤돌았다. 한편으로는 '룽'하다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묘한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입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촬영 중에는 역시 무리겠지. 아쉬운 입맛만 다시며 치사토와 마야의 잔소리를 듣고, 촬영은 재개되었다. 아야는 어딘가 고장난 것처럼 계속 나를 바라보는 듯 하다가 시선을 거두기를 반복했다. 혹시, 신경쓰고 있는 걸까?

  아야는 나에게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대신, 나를 바라보는 아야의 표정이 재밌어서 감사인사는 그걸로 대신하기로 했다. 어딘가 불편한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골똘히 생각하는가 하면, 나에게 할말이라도 있는 듯이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관두기도 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갑자기 인공호흡해서 미안해. 너무 급했나봐. 입술, 괜찮아?"

 

  아야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평소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물었다. 아마, 학교에서 언니가 이런 식으로 달래줬겠지. 과연 아야는 멍하게 있다가 뒤늦게 내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역시 룽해.

 

  "아직도 아픈 것 같은데... 이따가 병원 갈 거지? 같이 가줄까?"

 

  괜찮다고, 혼자 갈 수 있다고 말하려는 듯하다가 아야는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그래줄래?"

 

  나는 아직 감사인사를 더 받고 싶으니까.

 

  "응, 당연하지!"

 

 

 

 

  아야가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을 땐 드디어 나에게 할 말이 생긴 건가, 기대했다. 별로 파팟, 하고 와닿지 않는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아야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물에 빠졌을 때의 사건 때문에 잘해주는 거냐고.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딱히 아니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확실히 아야가 걱정되고 신경쓰이는 건 맞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아야가 좀 더 나를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당황하는 표정과 행동이 재밌기도 했고.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아?"

 

  많이 힘들어보이기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야는 생각보다 망설임없이 내 손을 잡았다.

 

  "히나... 나, 히나를 좋아해. 아주 많이."

 

  알고는 있었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들으니 얼굴 근육이 잠시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어, 왜 이러지? 아야는 긴장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룽하다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묘한 기분이다.

 

  "지금 표정 엄청 룽해~"

 

  무어라고 설명할 단어가 없어서 아야에게는 그저 룽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입이라도 맞추면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풀릴까, 싶어 무작정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기다리고 있었어."

 

  그 한마디에 아야가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법처럼 나를 짓누르고 있던 묘한 감정이 풀렸다. 나는 엎드려 울고 있는 아야의 모습에 웃다가 그 몸을 감싸안았다. 분명 기뻐서 우는 거겠지? 아, 아야는 내가 이렇게 해주길 바라고 있었구나. 이제 감사인사는 됐어. 더이상 아야에게 감사인사를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아야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만 지어주는 표정을 보고 싶었다.

 

 

 

 

 

  "음, 리사치, 사귀는 사이끼리는 뭘 하면 좋을까?"

  "응? 그건 왜?"

 

  리사치가 연애소설을 좋아하니까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다.

 

  "그냥, 궁금해서~ 리사치가 읽는 소설 속 인물들은 어떻게 해? 첫 날부터 키스?"

  "으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당황하면서 손사래를 치는 모습에 웃었다. 다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당황스러워하는 게 재밌어.

 

  "역시 손부터 잡으려나? 손 잡고, 뽀뽀하고, 또... 침대에서..."

  "히, 히나, 나는 그런 소설 읽은 적 없어! 왜 갑자기 19금 소설 이야기가 되는 건데?!"

  "그러니까~ 리사치한테 물어보고 있는 거잖아. 리사치가 읽고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은 어떻게 하는지."

 

  리사치는 조금 고민하다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말을 흐렸다.

 

  "고, 고백하고, 손도... 잡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키...스... 하려나?"

  "에, 하려나가 뭐야? 제대로 읽은 거 맞아?"

  "나, 나도 몰라!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니까 헷갈리잖아!"

 

  헤에, 얼굴 빨개졌다.

 

  "리사치는 좋아하는 사람 없어? 사귀었던 사람이나. 경험은?"

  "무, 무슨 경험을 이야기하는 건지 모르겠네~ 좋아하는 사람 없고, 없었어..."

  "흐응, 리사치라면 경험 많을 줄 알았는데."

  "대체 무슨 기대를 하는 거야... 그래서,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한 건데?"

 

  리사치가 계속 말을 흐리면서 대답을 피하길래 어쩔 수 없이 상담은 그걸로 마무리했다.

  내가 직접 찾아보는 수밖엔 없는 건가? 여러가지 소설과 주변 친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야와 하고 싶은 걸 몇가지 정했다. 아마, 아야는 날 많이 좋아하니까 뭘 해도 룽한 표정을 지을 거야.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리고, 첫 개시가 바로 공원 안에서의 키스였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룽하지 않아."

 

  불안해하는 아야를 위해 그렇게 시작한 키스는, 역시 책에서 본 묘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뜨겁고 말랑한 혀끼리 부딫히는 건 생각만 할 때는 그렇게 룽하지 않았는데 막상 해보니 다시 수영장 때의 일이 생각나면서 속이 울렁거렸다. 나도 모르게 팔 안에 아야를 가두고 계속 파고들었다. 아야가 죽을 듯이 숨을 몰아쉬려고 하자 그때서야 정신이 들었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눈이 풀리고 숨을 몰아쉬는 아야의 모습은 책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했다. 다들 그런 이야기를 쓰려면 역시 경험을 해야 하는 거구나.

 

  "히나, 확실하게 사요랑 쌍둥이구나?"

  "응? 우리 언니는 왜?"

 

  갑자기 언니 이야기가 나오기에, 단순한 흥미라면 그만두라고 다그치던 언니의 화난 얼굴이 떠올랐다. 흥미... 이게 그저 아야에 대한 흥미일 뿐일까? 나는 아야에게 많은 걸 해주고 싶은데, 이건 진심일까, 흥미일까? 아야가 내 뺨에 손을 올리기에 가만히 생각에 잠긴 채로 얼굴을 맡겼다. 아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아야의 얼굴을 바라보려다, 입술에 무언가가 닿는 감촉에 놀라 잠시 몸이 굳었다. 아야는 눈을 질끈 감고있었다.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이렇게나 귀여운 얼굴이구나.

 

 

 

 

 

***

 

  "...그래서, 그건 왜 궁금한 건데?"

 

  리사가 뒤늦게서야 되물었다. 히나는 이만 대화 주제를 바꿔보려다가 멈칫했다.

 

  "으음~ 그러게?"

  "혹시... 사귀는 사람 생긴 거... 아니지?"

 

  히나는 말없이 웃었다. 리사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픽 웃으면서 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말하지 않겠다면야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지만~ 이런 건 히나가 상대방을 생각해주고 있다는 거니까, 좀 안심인데?"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고 있어?"

  "응? 이렇게 기를 쓰고 알아보려는 건,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아니야?"

 

  내가... 아야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건가? 그저 룽한 표정이 보고 싶어서인데.

 

  "상대를 기쁘게..."

 

  리사는 히나가 웅얼거리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꽤 어른스러운 표정이다. 늘 장난만 치고 알 수 없는 말만 하던 히나였는데, 깊게 고민하고 무언가를 진지하게 찾아보려는 태도는 오랜만에 보는 걸지도. 히나가 생각을 마치고 리사와 마주보았다.

 

  "응, 나는 진심이니까!"

 

  이게 진심이 아니더라도, 진심이 되도록 하고 싶다. 히나는 진심이냐고 묻는 사요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진심이 되고 싶어. 나는 아야를 기쁘게 해주고 싶으니까.

 

 

 

 

 

***

 

  "난 아야에게 진심이야."

 

  귀엽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자 입이 간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히나는 주문을 걸듯이, 아야의 앞에서 힘차게 말했다. 테니스장에서 공이 튀기는 소리가 잠잠해졌고, 나무와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도 잦아들었다.

 

  "누가 뭐래도 진심이 될게."

 

  아야는 잠시 말없이 히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수줍게 웃었다.

 

  "그 말 말고, 다른 말이 듣고 싶어."

 

  다른 말, 무슨 말? 고민하던 히나는 전날 읽었던 소설의 한 장면을 생각해냈다. 아야의 손을 들어 손등에 가볍에 입을 맞췄다. 아야는 그 감촉을 느끼려는 듯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히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히나가 빙긋 웃었다.

 

  "정말, 정말 많이 좋아해. 나와 오래도록 함께해줄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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